연준 “美경기, 여전히 확장세” 평가에 금리 인하 확률 ‘뚝’

김지섭 기자 2024. 5. 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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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 뛰고, 주가는 하락
“9월 금리 인하 쉽지 않을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주식, 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순항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유럽 등 주요국 국채 금리는 크게 오르고, 글로벌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낮아진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AP연합뉴스

◇베이지북,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

연준은 29일 발표한 5월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등 10곳은 소폭(slight) 내지 다소 완만(modest)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나머지 2곳(보스턴,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선 “경제 활동이 이전과 비교해 제자리걸음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는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기대했던 9월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연준의 목표치(2%)를 아직 크게 웃돌고 있어서 경기가 얼어붙지 않는다면 연준이 무리해서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5월 둘째 주(22만3000건)와 셋째 주(21만5000건) 사이, 9개월 만에 최대 폭(8000건)으로 줄어든 것도 미국의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8일 “물가 상승세가 더 둔화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에 시장에서 평가하는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하락했다. 시장 금리로 연준의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은 29일 기준 41.2%로 일주일 전인 22일(49.4%)보다 8.2%포인트나 낮아졌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절반 이하라고 보는 것이다.

◇빚 증가 우려에 시장 금리는 상승

그래픽=김성규

미국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 속에 국채 수요가 줄면서 채권 금리는 크게 오르고 있다. 30일 투자 분석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4.62%대에서 움직였다. 이 금리가 연 4.6%를 넘은 것은 한 달여 만이다.

미국이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의 재정 적자도 미국 국채 금리를 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는 오른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1조6000억달러인 미국의 재정 적자는 10년 뒤 2조6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글로벌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부채 규모는 315조달러(약 43경140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3분의 2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부채다. 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에릭 존스턴 주식 파생상품 책임자는 “채권 공급과잉과 국가 부채 증가에 따른 계속되는 대규모 적자 때문에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습./AFP 연합뉴스

유럽에서도 국채 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69%로 전날보다 0.1%포인트 오르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미국, 유럽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에 더불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상승 분위기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30일 연 1.1%대에서 거래되며 13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는 악재가 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서 향후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 전략가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불편한 수준에 도달했고 일부 투자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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