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얼차려 훈련병 사망' 규명에 수사력 집중… 참고인 진술 확보

동료 훈련병 이어 부대 관계자 대상 조사 이어가
응급처치·이송과정 파악… 중대장 등 간부는 아직

훈련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강원 인제군 부대 모습.(뉴스1 DB)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최근 육군 제12사단에서 훈련병이 완전군장 구보 등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이 사건 관련 수사전담팀을 꾸려 전날 강원 인제 주둔 12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 숨진 훈련병 A 씨와 함께 군기 훈련을 받았던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도 군기 훈련 상황을 지켜봤던 부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다.

경찰은 군기 훈련을 함께 받았던 훈련병들이 'A 씨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며 간부에게 보고했는데도 즉각적인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들 훈련병을 상대로 당시 상황과 사실관계 여부, 훈련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군기 훈련이 이뤄진 부대 내 연병장 등에서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다만 경찰은 A 씨 등에 대한 얼차려를 지시한 소속 부대 중대장 B 씨 등 간부 2명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와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혐의자(B 씨 등 간부 2명)에 대한 조사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A 씨에 대한 부대 내 응급처치 과정과 병원 이송 및 치료 과정 등 또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강원경찰청은 군인 범죄 전담수사팀, 의료 사고 전담 수사요원 등 10명으로 이 사건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이에 앞서 훈련병 A 씨는 이달 23일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졌다.

속초의료원에 이송된 A 씨는 당시 40도가 넘는 고온에 이상 호흡 증세에 신부전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속초의료원엔 신장투석기가 없어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재이송됐다. 그러나 A 씨는 상태가 악화해 쓰러진 지 이틀 만인 이달 25일 사망했다.

A 씨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무리한 운동 등의 이유로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 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군 수사당국은 A 씨 등에 대한 얼차려를 지시한 소속 부대 중대장 B 씨 등 간부 2명에게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한 과실(업무상과실치사·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이 있다고 보고 28일 관할 경찰인 강원경찰청으로 이첩했다.

B 씨 등은 A 씨에게 군기 훈련을 지시하면서 완전군장 상태로 1.5㎞를 걷거나 뛰게 하고, 그 상태로 팔굽혀펴기도 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기 훈련 중 체력단련엔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은 있지만, A 씨가 했던 완전군장 상태의 구보나 완전군장 상태의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