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차르’, 라흐마니노프 들려준다…러 피아니스트 플레트네프

임석규 기자 2024. 5. 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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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차르'.

그는 최근 서면인터뷰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제게 피아니스트도, 지휘자도, 작곡자도 아닌 영혼이자 음악 그 자체"라고 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 이전에 유난히 기다란 손가락을 지닌 빼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플레트네프는 "저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또한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할 뿐"이라며 "제 음악을 저만의 사상과 비전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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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7~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 연주
독보적 해석을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에겐 ‘차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건반 위의 차르’.

독보적 해석을 선보이는 러시아 태생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7)에게 붙는 별칭이다. 그가 내한해 다음 달 27일(1∙2번)과 28일(3∙4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그는 최근 서면인터뷰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제게 피아니스트도, 지휘자도, 작곡자도 아닌 영혼이자 음악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한 바 있다.

그는 어떤 작곡가의 곡이라도 자신만의 프리즘을 통해 독특한 빛깔로 빚어낸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을 설득해낸다는 점이 그가 지금의 명성을 누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들려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어떤 색채일까. “어릴 적 제겐 라흐마니노프의 음반을 녹음하는 게 큰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젠 깨달았죠. 그의 연주를 흉내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요.”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 이전에 유난히 기다란 손가락을 지닌 빼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플레트네프는 “저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또한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할 뿐”이라며 “제 음악을 저만의 사상과 비전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중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며 “공연장에 누군가 있다는 걸 잊은 채 음악에 집중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런 그에게 관객들이 악장 사이에 치는 박수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물론 관객들이 몰입해서 봐주면 더욱 집중해 연주하는 데 힘이 되죠. 관객이 아예 오지 않거나 박수를 치지 않는 것보다는 악장 사이라도 박수를 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는 “옛날엔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피나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그는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를 창단해 30여년 동안 이끌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많은 음반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성과가 뭐냐고 묻자, 그는 “단 한 가지, 누군가는 제 음반을 듣고 싶어한다는 점 그 자체”라고 답했다. “누군가 제 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들을 때, 그것이 저에겐 가장 큰 성과입니다. 500개의 그래미상을 받아도, 누군가가 들어주지 않으면 그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는 “‘120명의 내 아이들’이라고 말할 만큼 이 오케스트라에는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플레트네프는 2006년 돌연 피아노 활동을 중지하고 한동안 지휘에 매진했다. “악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래서 제 연주소리를 좋아하지 못한다면 그건 좋지 않은 연주가 되겠죠. 그런 시기가 와서 6년 동안 피아노 뚜껑조차 열지 않았고요.”

그는 “그런 저를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한 게 시게루 가와이 피아노였다”며 “이 악기로 다시 연주의 즐거움을 되찾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오랫동안 서 있는 게 힘들면 피아노에 앉고, 앉아있는 게 힘들다면 지휘대에 설 것”이라며 “목표나 계획은 따로 없고, 그저 살아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음악을 계속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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