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두시간 거리?"…싼 일본여행 왔다 눈 돌리는 외국인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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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도쿄에서 왔어요. 내일은 제주도 가요."
지난 29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만난 캐시(25)는 한국 화장품으로 가득 찬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샘(27)과 집(28)은 전날 도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왔다.
집은 "일본과 한국이 비행기로 2시간 거리라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엔화가 굉장히 싸서 여행하기가 수월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 속초, 제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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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도쿄에서 왔어요. 내일은 제주도 가요."
지난 29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만난 캐시(25)는 한국 화장품으로 가득 찬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었다. 가방 안엔 명동 거리에서 쇼핑한 옷가지와 화장품이 보였다. 미국 미시간 주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캐시는 최근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캐시는 "엔화가 가격이 싸서 처음에 일본 여행만 계획했는데 장거리 여행이다 보니 기왕이면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SNS(소셜미디어)에 일본·한국 여행을 간다고 게시물을 올리자 친구들이 '나도 그렇게 여행 간다' '나는 한국에 먼저 갔다가 일본으로 간다'는 반응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같은 일행인 캐머론(23)은 "우리는 미국에서 도쿄로 출발했다. 일본행 비행기가 한국행보다 싸서 그랬다"며 "일본은 모든 게 매우 싸다"고 밝혔다. 그는 "4명이 도쿄에서 저녁을 배불리 먹었을 때 30~35달러가 조금 넘게 들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저녁을 먹을 땐 보통 50달러쯤 들어갔고 유명 맛집을 찾아서 갔을 땐 100달러쯤 냈다"고 했다. 30일 기준 35달러는 약 4만8000원, 50달러는 약 6만8000원이다.
올들어 엔화 환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9일 원/100엔 환율은 864.71원을 기록했다. 이는 740원대까지 떨어졌던 2007년 이후 17년만에 '슈퍼 엔저' 현상이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샘(27)과 집(28)은 전날 도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왔다. 집은 "일본과 한국이 비행기로 2시간 거리라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엔화가 굉장히 싸서 여행하기가 수월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 속초, 제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넷에 'Korea and Japan Tour'를 검색하면 외국 여행사의 한국+일본 패키지 여행상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외국 여행사는 "네온 불빛이 가득한 대도시, 구불구불한 시골 언덕과 산속에 있는 절,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바다를 건너 도쿄로 가세요"라며 한국과 일본을 24일 만에 돌아보는 여행 상품을 올렸다. 1~3일 차에 서울을 방문하고 △속초 △경주 △부산 △제주도를 지나 12일부터는 도쿄에서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식이다.
국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에 왔다가 한국도 함께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유럽처럼 육로가 이어져 있지는 않아 교통 인프라를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업계가 엔저 현상의 반사 이익을 누린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결정하면서 한국 여행도 함께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매우 긍정적"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예전부터 지리적으로 가까웠는데 과거에는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찾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엔저 현상을 활용해 한국으로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과거에도 경유 투어·더블 투어라고 해서 2개국을 여행하는 상품들이 있었다"며 "'하이재킹'이라고도 말하는데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한국으로 유입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1~2시간 거리인데 한국은 어떤가요?' 같은 문구로 홍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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