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 톺아보기] 약사가 들려주는 영화 속 미스터리한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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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J K 롤링이 집필한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와 명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된 책 중 하나다.
'현자의 돌'은 실제로 중세 연금술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약이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던 구전 설화에서 시작해서 현대의 영화와 드라마까지, 약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약들은 극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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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J K 롤링이 집필한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와 명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된 책 중 하나다. 1997년에 출간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책은 이후 영화와 연극으로도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는 첫 번째 책의 제목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알고 있지만, 영국에서 발간되었을 당시의 제목은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이었다. ‘현자의 돌’은 실제로 중세 연금술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약이다. 현자의 돌은 어떤 물질이든 금으로 바꿀 수 있고, 사람이 마시면 불로불사의 삶을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연금술사가 갖길 바라는 대상이자 연금술로 이뤄내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기록에 따르면 15세기 프랑스의 필경사이자 필사본 판매원이었던 니콜라스 플라멜이라는 자는 ‘현자의 돌’을 발견해서 불로불사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롤링은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작품 속에 현자의 돌을 만든 연금술사의 이름이 니콜라스 플라멜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자의 돌 덕분에 600살 넘게 장수한 존재다.
16세기의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 역시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은 실존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자의 돌이 소유자에게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질병이든 치료하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였던 파라켈수스는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화학 물질을 인체에 실험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화학 물질을 아픈 환자들에게 먹이거나 자기 자신이 직접 먹어보면서 특정 화학 물질이 병을 낫게 하는 약이 되거나, 독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오늘날 그가 현대 약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다. 오늘날 약학의 발전이 불로불사의 약이라는 전설에서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전설과 신화에서 ‘약’이라는 존재는 흥미로운 주제로 등장했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던 구전 설화에서 시작해서 현대의 영화와 드라마까지, 약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매력적인 등장인물, 장대한 세계관, 인물간의 갈등, 기승전결로 정리되는 2시간 분량의 서사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직업병 때문인지 ‘약’이 등장하는 영화는 웬만해서는 꼭 챙겨본다. 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로 저런 약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약이 어떻게 저런 변화를 불러오는지 생각하는 것은 약사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만이 할 수 있는 조금 특별한 영화 감상법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약들은 극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관객들은 ‘약’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변화와 갈등을 일으키는지 보며 감동과 재미를 느낀다. 흥미로운 사실은 약을 주제로 한 영화의 절반 정도는 가상의 약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약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이라는 사실 만으로 이 책은 영화와 함께 약에 대한 지식도 얻어갈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 될 것이다.
약국에서 보내는 하루는 생각보다 고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보는 영화 한 편은 필자의 소중한 취미 생활이었다. 이렇게 영화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은호 약사 겸 작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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