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이나 러 본토 타격 허용하나

김유진 기자 2024. 5. 30. 12: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몰도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로 우크라이나가 주요 전선에서 밀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동맹국들이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던 미국이 정책 전환에 나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공격에 미국 무기를 쓰는 것을 허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황이나 러시아의 행동,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었다”면서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적응과 조정’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겠느냐는 의미냐는 물음에 “정확히 그렇다”고 말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책 기조가 변화할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이후 비공개석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책 변경을 건의했으며, 백악관 보좌관 일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둘러싼 위험에 대해 “공식적이고 신속하게” 재평가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를 두고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문제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이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확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핵을 보유한 러시아를 자극해 자칫 미·러 간 직접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기미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기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