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음악 황제’ 플레트네프 “전쟁은 옳고 그름을 떠나 범죄”…“악장 간 박수쳐도 괜찮아”
“(보복과 전쟁의) 악순환 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음악뿐”
“라흐마니노프가 ‘위대한 천재 피아니스트’로만 불려선 안 돼…라흐마니노프의 영혼 그 자체다”
“공연 때 악장 간 박수 치는 관객이 공연장에 안 오거나 박수 치지 않는 관객보다 낫다”
“현대음악은 실험적이고 계산적인 면이 많아 감동도 적어 선호하지 않는 편”
“전쟁은 누가 시작했든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범죄입니다. 복수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되는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플레트네프는 ‘라흐마니노프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라고 묻자 “그 인물을 정의하긴 쉽지 않다. 피아니스트도, 지휘자도, 작곡가도 아닌 그저 라흐마니노프의 영혼 그 자체”라며 “그를 단지 위대한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말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내게 라흐마니노프는 음악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연주할 때는 라흐마니노프를 흉내내려 하기 보다 그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음악은 오직 그만의 특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릴 적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녹음할 때 큰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죠. 라흐마니노프만이 가진 음악의 배경을 흉내낼 수 없기에 그의 연주를 흉내내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요. 그래서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할 뿐입니다.”
그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의 독창적인 편곡으로도 유명하다.
무대에서 관객 반응을 의식하며 연주하는지, 악장 간 박수를 치는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청중이 아닌 제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거라 홀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음악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관객들이 몰입해서 봐주면 내가 더욱 집중해 연주하는 데 힘이 되죠. 관객이 아예 오지 않거나 박수를 치지 않는 것 보다는 악장 사이라도 박수를 치는 게 더 좋습니다. 옛날에는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고, 공연이 마음에 들면 재공연을 요청하는 관객도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플레트네프는 일본 가와이사의 ‘시게루 가와이’ 피아노를 애용한다. 2000년대 중반 “현대 피아노의 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6년가량 건반에서 손을 떼고 지휘에 매진했던 그를 다시 건반 앞에 앉도록 한 피아노다. 이 악기만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게 악기와의 관계를 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내 연주가 좋은 소리로 구현되도록 악기가 잘 반응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악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와 연주가 좋지 않게 된다. 그런 시기가 와서 6년 동안 피아노 뚜껑조차 열지 않고 보내기도 했다”며 “시게루 가와이 피아노로 다시 연주의 즐거움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음악 활동에서 더 중점을 두고자 하는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형태의 음악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때에 따라 감상자나 작곡자, 지휘자, 연주자로 음악을 즐기는데 이 모든 게 결국 하나라고 생각해요.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많은 음악가도 한 가지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작곡가, 피아니스트, 지휘자 일을 겸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강점과 약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지휘와 피아노를 주어지는 대로 계속할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서 있기 힘들다면 피아노에 앉고, 앉아 있는 게 더 힘들면 지휘대에 서는 거죠. 그저 살아지고 흘러가는 대로 음악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대표 실내악단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일본의 명지휘자 타카세키 켄이 함께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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