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우크라이나군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 시사…확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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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이 서구가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쓰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쪽도 이를 허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마이아 산두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쓰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는 전쟁 상황에 맞춰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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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이 서구가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쓰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쪽도 이를 허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마이아 산두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쓰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는 전쟁 상황에 맞춰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왔다”고 답했다. 그는 “적응과 조정”이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공급한 무기를 러시아 내부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그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확전의 위험을 키운다는 이유로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미국과 직접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다. 하지만 전황이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토 쪽이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적절하게 발전해왔다”며, 정책이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행정부 관리는 정책 변화를 “고려 중”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미국은 앞서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럽 동맹국들이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데 반대하다 입장을 바꾸고, 이 전투기를 사용할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훈련을 제공했다. 미국은 같은 이유로 사거리가 300㎞인 신형 에이태큼스 미사일 제공도 거부하다 지난 3월부터 이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향해 최근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파괴력이 큰 무기나 첨단 무기 제공을 요청하면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뉴욕타임스는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행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가장 중대한 결정 중 하나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을 바꾼다면 상대의 공격에 노출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가하는 러시아 내 포대나 미사일 기지를 표적으로 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돌 기념식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정책을 바꾸고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면 전쟁 판도나 확전 여부가 중대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을 언급한 것에 대해 28일 “끊임없는 긴장 고조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심각한 결과가 유럽에서 발생한다면 미국은 전략 무기 분야의 균형을 염두에 두면서 어떤 행동을 할까”라고 자문한 뒤 “그들은 세계적 충돌을 원할까”라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 공격, 핵무기 사용, 미국과의 직접 충돌까지 시사하며 견제한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전술 핵무기 사용 훈련을 시작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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