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적용 힘든 ‘이첩보류’ 지시[포럼]

2024. 5.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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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는 3개로 나뉘어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됐다.

또,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그 순직 사건의 원인을 내사해 민간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보류 지시를 위반해 이첩한 항명 사건으로, 현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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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교수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는 3개로 나뉘어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됐다.

먼저, 채 상병 사망의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는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으로 관할 경북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또,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그 순직 사건의 원인을 내사해 민간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보류 지시를 위반해 이첩한 항명 사건으로, 현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나머지는, 수사단장 측과 더불어민주당 및 민변 등이 위 이첩보류 지시가 위법·부당하여 외압에 해당함을 근거로 국방부의 장관 및 법무관리관, 대통령 및 대통령실 등을 고발한 직권남용 사건으로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다. 최근 직권남용 사건은 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안을 의결한 다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부결됐다.

이 사건들을 둘러싸고 고발 당사자인 야당은 물론 일부 언론 등은 백가쟁명 식으로 무책임한 한마디씩을 던져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어 팩트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피혐의자 범위를 재검토하기 위한 위 이첩보류 지시를 놓고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의 ‘수사 축소 의혹’이 있다는 말은 틀렸다. 군사경찰인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는 수사가 아닌 그 전 단계 내사에 불과하므로 그 수사권이 있는 민간경찰에 이첩할 당시 피혐의자 범위를 어떻게 정하더라도 민간경찰이 이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를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이나 장차 사건을 송치받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기 전에는 ‘수사 축소 의혹’이란 말이나 ‘수사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란 표현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원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의 피혐의자 범위를 정확히 규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피혐의자별로 주의의무 위반 내용, 사망과의 상당 인과관계, 과실의 공동정범 성립 등 까다로운 법리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관계 법령의 해석상 국방부 장관이나 해병대 사령관은 산하 군사경찰인 해병대 수사단에 대해 구체적 사건의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이 피혐의자 범위의 법리 검토를 위해 이첩보류 지시를 한 것을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보류 지시 자체가 위법·부당해 외압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그리고 대통령은 헌법상 군통수권자로서 채 상병 사건의 원인 규명과 사건 처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이 수차례 통화했다는 사실만으로 ‘외압 의혹’을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솔하다. 부당한 목적으로 사건 처리 압력을 행사했을 때 비로소 외압이 인정되고 직권남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공수처는 고발된 직권남용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굳건히 지키며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실 등 수사 대상 기관도 이에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이 바람직하다. 다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쟁의 무대에서 직권남용죄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는 무죄 판단을 한 선례가 적지 않으므로, 공수처는 직권남용죄 적용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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