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레임덕’ 자초하는 與[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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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4월 26일.
이들의 비판은 정부가 정책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KC 인증이 있어야만 한다는 무리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발표 사흘 만에 '죄송하다'며 거둬들일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익은 정책을 섣불리 발표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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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4월 26일.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자출판 육성 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했다. 그런데 유 장관이 브리핑장에 눈에 띄는 물건을 하나 들고 왔다. 바로 애플의 아이패드. 국내에 아이패드 수입이 금지됐던 시절이었기에 유 장관의 아이패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는 전자책으로 분류됐지만,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전파관리소로부터 인증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인증받는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로워 사실상 아이패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브리핑이 방영되자 논란이 벌어졌고, 급기야 유 장관을 신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 문체부 사이에 불법 여부와 책임 소재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해프닝은 정부 부처들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정부 스스로가 정책 신뢰성을 깎아내린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이패드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어린이용 장난감과 의류, 생활 화학제품 등 모두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당 제품들의 해외 직접구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제품 구매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여당 인사들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이 졸속 시행이라며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비판은 정부가 정책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급기야 발표 사흘 만에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실상 정책을 철회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 정책은 어린이 등 국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정부가 통제 품목으로 선정한 제품들은 어린이가 사용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거나, 유해성분이 노출될 우려가 큰 생활 화학제품들이다. KC 인증이 있어야만 한다는 무리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발표 사흘 만에 ‘죄송하다’며 거둬들일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죄송하다’고 발표할 게 아니라, 국민이 우려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세밀한 대책을 만들어 보완해 시행하겠다고 했었어야 했다. 설익은 정책을 섣불리 발표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행위다. 최근 부처 간 혹은 당정 간 엇박자가 나면서 정책의 혼선을 불러오는 일이 많아졌다. 혹자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레임덕(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됐다고 하기도 한다. 야당도 정권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국가 정책이 정치 상황과 연관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부의 정책 수행 과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익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국익에는 여야, 보수·진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정부 스스로 신뢰도를 깎아 먹는 행동도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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