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윤찬영에 조폭 이서진의 영혼이? '조폭고'의 통쾌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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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조폭이냐?" 왕따로 늘 당하기만 했던 송이헌(윤찬영)에게 일격을 당해 멍해진 홍재민(주윤찬)은 그렇게 묻는다.
그런데 송이헌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최세경(봉재현)은 어딘가 우정과 배신의 느낌을 동시에 주는 인물이다.
결국 김득팔이 빙의된 송이헌은 최세경이 겪고 있는 문제까지를 해결하려 할 텐데 그건 여러모로 검사와 조폭 출신이라는 양극단의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를 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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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너 혹시 조폭이냐?" 왕따로 늘 당하기만 했던 송이헌(윤찬영)에게 일격을 당해 멍해진 홍재민(주윤찬)은 그렇게 묻는다. 그러자 송이헌이 답한다. "어떻게 알았냐? 나 칠성파 2인자 김득팔."
이 한 장면은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29일 공개된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이하 조폭고)>라는 드라마를 설명해준다. 칠성파 2인자였던 김득팔(이서진)이 어느 날 자살하려는 고등학생 송이헌을 구하려다 그 몸에 빙의된다. 마침 김득팔의 몸은 차에 치어 사망하고 장례를 치러 한 줌 재가 되어 버린다. 영혼만 살아남은 김득팔은 송이헌의 몸에 깃들어 그 고등학생의 삶을 하나하나 바꿔 놓는다.
일단 떠오르는 몇몇 작품들이 있을 게다. 정준호가 고등학생이 된 조폭으로 등장했던 영화 <두사부일체>나, 아저씨와 고등학생의 영혼 체인지로 예상 외의 코미디를 선사했던 <내안의 그놈>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하지만 <조폭고>는 여기에 최근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루는 학원액션물의 색깔을 더해 놓았다.
학교폭력이 소재로 들어 있지만 무거운 접근이 아니라 통쾌한 카타르시스쪽에 방점을 찍었다. 그래서 늘 얼굴을 긴 머리로 가리고 다니고 일진들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해왔던 송이헌이, 김득팔의 영혼이 깃들어 변화해가는 모습은 학원액션물 특유의 시원함을 안긴다.
물론 송이헌의 몸에 깃든 김득팔은 조폭이지만 <두사부일체>식의 '삶의 도리'를 이야기하는 판타지적 캐릭터다. 입만 열면 문자를 쓰고, 교훈을 이야기하는 이 인물은 무식하고 주먹을 써도 의리와 도리를 아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래서 송이헌의 몸에 들어와서도 바른 생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생님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걸 당연히 여기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캐릭터는 웹소설, 웹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참교육'을 매사에 시전하는 인물이 된다. 참교육이라면 무언가 부정하거나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첫 번째 대상이 학교폭력이다. 송이헌이 당해왔던 학교폭력을 그 몸에 깃든 김득팔은 단 2회차만에 해결해 버린다.
그런데 송이헌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최세경(봉재현)은 어딘가 우정과 배신의 느낌을 동시에 주는 인물이다. 송이헌에 대한 우정이 깊어보이지만 무언가가 그걸 가로막는 느낌이랄까. 그건 슬쩍 나온 것이지만 검사 출신 아버지의 폭력과 관련 있어 보인다.
즉 송이헌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면, 최세경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둘 사이에는 어떤 피해자로서의 공감대 같은 게 있었을 거라는 것. 결국 김득팔이 빙의된 송이헌은 최세경이 겪고 있는 문제까지를 해결하려 할 텐데 그건 여러모로 검사와 조폭 출신이라는 양극단의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를 예감케 한다. 어쩌면 폭력을 막아야 할 위치에 있는 검사를 조폭이 막아세우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지도.
첫 회부터 작품에 힘을 실어준 건 다름 아닌 이서진이다. <내과 박원장>에서는 대머리 분장으로 등장해 그 비주얼만으로도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마에 칼자국과 올백 머리 그리고 온 몸에 용문신을 한 조폭으로 등장해 웃음과 액션을 선사한다. 그는 송이헌의 몸에 빙의된 김득팔의 면면을 내면의 목소리 연기로 보여준다.
여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만만찮은 액션 연기를 보여줬던 윤찬영의 액션과 봉재현과 함께 풀어가는 우정연기가 더해진다. BL물은 아니지만 윤찬영과 봉재현이 투샷으로 등장하는 장면에는 묘한 우정 이상의 기류가 느껴질 정도로 이 둘이 만들어갈 성장담이 기대된다.
물론 대단한 메시지나 신박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유사한 빙의물과 조폭 콘셉트의 서사들이 시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합쳐 학원 액션물로서의 확실한 카타르시스와 효능감을 주는 작품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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