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유년기 트라우마를 힙합 댄스로 [인터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5. 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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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이자 안무·연출가 보티스 세바(33)는 예술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세바는 "제가 힙합에서 좋아하는 점은 작은 것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무언가 다른 것으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라며 "다양한 동작을 샘플링하고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를 시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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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안무가 보티스 세바 서면 인터뷰
세계적 권위 올리비에상 수상작 ‘블랙독’
6월 22~23일 성남아트센터 국내 초연
스트리트 댄스 등 활용해 무용 새 지평
“목소리 내려 몸부림치는 사람들 이야기”
힙합 기반으로 실험성이 돋보이는 영국 안무가 보티스 세바. 22~23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보여주는 작품 ‘블랙독’으로 지난 2019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 신작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제공=성남아트센터, ⓒHelenMaybanks
무용수이자 안무·연출가 보티스 세바(33)는 예술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올바른 이유로 예술을 사용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6월 22~2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으로 선보일 힙합 무용극 ‘블랙독’(BLKDOG)도 그런 작품이다. “트라우마와 슬픔의 시간을 지나온 모두를 위한 작품, 우울증이나 상실의 고통을 겪는 가족을 묵묵히 지켜봐야 했던 모두를 위한 작품입니다.”

세바는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많은 어른이 폭력과 학대를 겪으며 성장해왔다. 작품을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면서 “이 작품은 당신이 과거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독’은 세바가 이끄는 힙합 무용단 ‘파 프롬 더 놈’의 작품으로, 2018년 영국 런던의 대표적 공연장 새들러스 웰스에서 초연 후 이듬해 세계적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무용 신작 부문을 수상했다. 세바가 어린 시절 겪은 차별과 억압의 경험, 유년기의 기억과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분투하는 청춘의 목소리를 음악과 몸짓으로 표현한다.

영국 안무가 보티스 세바가 이끄는 힙합 무용단 ‘파 프롬 더 놈’의 작품 ‘블랙독’(BLKDOG)의 한 장면. 22~2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한다. 사진제공=성남아트센터, ⓒCamilla Greenwell
그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이 작품이 갖는 힘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20대 중반에 이 작품을 만들던 시기엔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1년 동안 작업했다”고 한다. 이후 아들이 태어나고 4년 동안 팬데믹,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흑인 인권 운동 ‘Blakc Lives Matter’ 등이 격렬하게 펼쳐졌다. 그는 “팬데믹 이전에는 이 작품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관객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며 “내가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당신의 억눌렸던 과거를 다뤄야 하는 세계로 당신을 데려갈 수는 있다”고 했다.

작품의 춤과 음악은 힙합 스트리트 댄스, 일렉트로닉 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형태가 돋보인다. 작곡가 톨벤 실베스트의 독창적인 음악을 비롯해 기발한 조명과 의상 등 볼거리가 많다. 세바는 특히 무대 위의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 깊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고난의 여정, 성찰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찾는 모든 것은 작품 안의 작은 몸짓 속에 있어요.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그는 특히 틀을 깬 창작의 요소로 힙합의 ‘샘플링’을 꼽았다. 샘플링이란 이미 발표된 음원이나 지구상 다양한 소리를 녹음해 음악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세바는 “제가 힙합에서 좋아하는 점은 작은 것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무언가 다른 것으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라며 “다양한 동작을 샘플링하고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를 시험한다”고 했다.

세바의 내한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당시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우리나라 무용수들과 창작 협업을 했다. 그는 “다른 데선 보기 힘든 무용수들의 집중력과 헌신이 인상적이었다”며 “사람들은 조용한 편이었지만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나 역시 내성적인 편이라 평화로운 곳을 좋아하고, 동료들과 한국에 다시 가는 것이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또 한국 관객들에게 “평소 극장에 잘 가지 않는 분들이라도 작품을 직접 경험해 보시면 좋겠다”고 권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 대단한 것 없는 환경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작품입니다. 많은 분이 무대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작품이 말하는 내용에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영국 안무가 보티스 세바의 올리비에상 수상작 ‘블랙독’. 사진제공=성남아트센터, ⓒCamilla Green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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