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전체 분극 분포 최초 규명…초고밀도 메모리 소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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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 없이도 전하가 한쪽으로 쏠린 분극 상태를 유지하는 물질이다.
국내 연구팀이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이 아주 작은 크기의 강유전체 내부에서 이론으로만 예측된 소용돌이 모양의 특이한 분극 분포를 실험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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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 없이도 전하가 한쪽으로 쏠린 분극 상태를 유지하는 물질이다. 국내 연구팀이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이 아주 작은 크기의 강유전체 내부에서 이론으로만 예측된 소용돌이 모양의 특이한 분극 분포를 실험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분극 분포를 적절히 제어하면 초고밀도 메모리 소자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양용수 물리학과 교수팀이 포스텍, 서울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의 공동연구 및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 아칸소대 연구팀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나노 강유전체 내부의 3차원(3D) 소용돌이 모양 분극 분포를 최초로 실험으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됐다.
영구 자석처럼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자화 상태를 스스로 유지하는 물질을 강자성체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이 없어도 내부 전하가 한쪽으로 쏠려 극성을 띠는 분극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기존 메모리 기술인 디램(DRAM)이나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끊기면 정보가 사라지는 휘발성이거나 동작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유전체 메모리가 차세대 메모리로 제안됐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외부 전원이 없어도 분극 상태를 유지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이면서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강유전체의 크기가 매우 작아지면 분극을 유지하기 어려워 미세 공정에 한계가 있다.
20년 전 이론 연구를 통해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강유전체 내부에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정렬된 특이한 분극 분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나노 강유전체의 분극 분포를 제어할 경우 초고밀도 메모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나노 강유전체 내부 분극 분포는 3차원 분극 분포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실험적 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몸속 장기들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는 것처럼 양용수 교수팀은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나노 강유전체 이미지를 확보했다. 이후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전자토모그래피'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했다.
연구팀은 강유전체인 바륨-티타늄 산화물(BaTiO3) 나노입자 내부 원자들의 위치를 3차원으로 정확히 측정했다. 전자가 쏠린 방향을 나타낸 분극 분포도 원자 단위로 규명했다. 분석 결과 강유전체 내부에 소용돌이 모양 등 다양한 분극 분포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강유전체의 크기에 따라 내부 소용돌이 모양의 개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양용수 교수팀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0년 전 소용돌이 분극을 이론적으로 처음 제시했던 로랑 벨라이쉬 미국 아칸소대 물리학과 교수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실험에서 확인한 소용돌이 분포가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계산으로도 잘 설명된다는 것을 추가로 증명했다.
양용수 교수는 "주변 환경과 무관하게 강유전체의 크기와 형태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강유전성 분극 소용돌이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분극 소용돌이의 개수와 회전 방향을 조절하면 정보 저장 밀도가 기존보다 1만 배 이상 높은 차세대 고밀도 메모리 소자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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