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년, 강산도 변하는데”…분담금도 눈덩이 재건축 대신 이것 뜬다는데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5.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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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10년, 리모델링은 6년 소요
공공기여·재건축부담금 없고
사업추진속도 빠른 장점 부각
사당동 ‘우극신’ 대형사 컨소시엄 참여
사당동 우성2,3단지·극동·신동아4차(우극신) 아파트 전경 [한주형 기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정비사업지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재건축 단지와 달리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로 향후 투입될 비용이 더 늘 것이란 판단에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짧은 리모델링에 주목하는 건설사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3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는 전국 153개 단지, 총 12만1520가구로, 작년 12월(전국 151개 단지, 12만621가구)보다 2곳(유원서초, 문래 통합) 늘었다. 준공 20년을 넘긴 역세권 아파트인 송파구 잠실한솔 등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결성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핵심인 ‘1·10 대책’ 발표 이후 리모델링의 장점은 상당히 퇴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여기에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필로티 설계와 이에 따른 1개 층 상향을 기존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으로 변경하는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은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으로도 가능한데,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실제 서울·수도권 일부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송파구 거여1단지와 강변현대아파트, 성동구 응봉대림1차 등은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결정했다. 강남구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도 조합 해산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내달 14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을 그대로 밀고 가려는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 최대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단지, 극동, 신동아4차)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개발업계에선 ‘우극신’이 재건축으로 바꿀 것으로 관측했지만, 이 조합은 리모델링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속도를 단축해 사업성을 올릴 것으로 판단했다. 통합 리모델링을 완료하면 기존 4397가구에서 5054가구(일반분양 물량 676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권을 확보할 당시 합의한 금액보다 공사비가 더 오르면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 기간이 짧으면 이 같은 마찰을 줄일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조합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이앤씨·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최근 우극신 단지의 리모델링 시공사로 단독 입찰했다. 리모델링 조합은 이달 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오는 9월 총회에서 최종 시공사로 결정할 계획이다.

우극신 컨소시엄에 참여한 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은 추가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대원아파트와 현대2차 아파트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나란히 포스코이앤씨를 선정했다. 대원아파트는 오는 6월, 현대2차는 7월 총회를 열어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각각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개 동·304가구로 이뤄진 서광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최고 30층짜리 333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삼성물산은 리모델링 단지에서 올해 첫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25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최고 15층·360가구 규모의 잠원강변은 향후 지상 20층·389가구로 리모델링될 예정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권을 확보할 당시 합의한 금액보다 공사비가 더 오르면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 기간이 짧으면 이 같은 마찰을 줄일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조합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은 사업 완료까지 10년 이상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6년 안팎이 소요된다”면서 “리모델링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재건축에 비해 필요한 자재 및 시간이 적게 들고, 조합의 요구도 재건축에 비해 덜 까다롭다는 점에서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정책을 더 신중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재건축으로 개선할 수 없는 만큼 포괄적이고 공평한 기조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원도심 재정비를 위해 리모델링을 수용하는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노후 아파트 소유자가 사업 초기에 전문가들의 객관적 분석으로 방향을 정하도록 올해 7개 단지를 선정해 리모델링 컨설팅, 리모델링·재건축 비교 컨설팅, 재건축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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