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차라리 안 팔고 싶어"…과잉진료에 쌓이는 적자

황예림 기자, 배규민 기자 2024. 5. 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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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실손보험의 '풍선효과'③팔수록 손해 2조원 적자
[편집자주]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비급여'까지 보장하면서 수요가 높지만 일부 이용자의 과다 이용과 과잉 진료로 멍들고 있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다른 비급여 보험금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빛바래고 있다. 실손보험의 현 상황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봤다.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그래픽=조수아

관리 사각지대에서 비급여 과잉 진료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익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적자가 쌓이면서 실손보험을 팔지 않는 보험사도 쌓이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은 1조9738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2022년 1조5301억원 손실보다 적자 규모가 443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료수익이 13조2000억원에서 1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보다 가입자가 받아간 보험금(발생손해액)이 더 가파르게 늘면서 보험사의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실손보험 손익이 악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항목을 옮겨가며 비급여 진료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백내장 수술은 가장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앞서 2022년 대법원이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백내장 과잉 진료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도수치료 등 기존 비급여 항목과 발달지연, 줄기세포 무릎 주사 등 완전히 새로운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백내장이 막히자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비급여 항목은 급여 항목과 달리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풍선 효과가 끊이지 않는다. 급여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야 해서 보건당국이 진료 대상, 진료량, 진료수가를 모두 통제한다. 반면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정하고 진료 횟수와 양 등도 조정할 수 있다. 신기술이 개발되면 이를 활용한 비급여 진료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줄기세포 무릎주사도 신기술을 활용한 비급여 진료다.

비급여 진료의 풍선 효과에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경과손해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얻은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말엔 백내장 과잉 진료가 줄어들면서 생·손보사의 손해율이 전년 대비 11.8%P(포인트) 급감한 101.3%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비급여 진료가 팽창하며 2023년말 생·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03.4%로 다시 2.1%P 높아졌다. 특히 손보사의 손해율이 104.8%에서 107.1%로 2.3%P 올랐다.

실손보험을 판매할수록 손익이 나빠지자 보험 업계에선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현재 생·손보를 합쳐 실손보험을 파는 회사는 17개에 그친다. 생보사 중엔 10개사가 판매를 중단했고 손보사도 3개사가 판매를 멈췄다. 실손보험을 계속 파는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건강한 가입자의 보험료까지 함께 높아진다. 올해 실손보험 인상률은 백내장 수술의 진료 감소로 1.5%P에 그쳤으나 2023년엔 8.9%P, 2022년엔 14.2%P에 달했다.

비급여 과잉 진료를 잡지 않음으로써 의료 인력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비필수과로 쏠리는 사회적 손실도 나타난다.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의 수익 차이가 커지면서 중증·필수 진료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적어지고 미용과 비급여 진료 등을 보는 비필수과로의 수요만 증가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 관리가 불가하다 보니 '이럴 거면 실손보험을 팔지 않는 게 더 낫겠다'라는 의견도 제기된다"라면서 "실손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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