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 웬 정형외과 의사?…'1시간 시술에 1000만원' 실손 이렇게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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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청구 중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은 152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7.4% 증가했다.
지난해 비급여 실손보험금 상위 5개 항목을 보면 비급여 주사제가 28.9%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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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비급여'까지 보장하면서 수요가 높지만 일부 이용자의 과다 이용과 과잉 진료로 멍들고 있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다른 비급여 보험금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빛바래고 있다. 실손보험의 현 상황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봤다.
#백내장 수술 전문 병원인 A안과는 고액의 다초점렌즈(백내장) 비용을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전받기 어려워지자 정형외과 의사를 고용해 골수 줄기세포 무릎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해당 시술에 필요한 시간은 약 1시간, 특별한 부작용도 없지만 1000만원이 넘는 비급여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받기 위해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고 있다.
실손보험 비급여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다. 백내장 치료가 법원 판결 등으로 보험금이 감소했지만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등장하면서 보험금이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청구 중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은 152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7.4% 증가했다.
비급여 주사제에서 급여(본인부담금)를 제외한 비급여 보험금만 분리하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는 2023년 1분기 61.4%, 2024년 1분기 49.1%로 더 높다. 지난해 비급여 실손보험금 상위 5개 항목을 보면 비급여 주사제가 28.9%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전년(23.5%)보다 5.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그동안 1위였던 물리치료 항목을 넘어섰다.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이 급증한 이유는 신규 비급여 항목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줄기세포 무릎주사는 안과, 내과, 한방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술 건수와 시술비용이 급속히 늘고 있다. 올 1~3월 동안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총 4개사의 줄기세포 무릎주사 실손지급보험금은 8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하반기(7월~12월) 청구 금액(76억원)보다 17% 증가했다.
주사제뿐 아니라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의 급여·비급여 보험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분기 4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억원(8.6%)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1032억원(30.5%) 증가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로 고액 치료가 불가능해진 백내장의 비급여 보험금은 급감했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4개사의 백내장 수술 비급여 실손 지급 보험금은 지난해 156억원에 그쳤다. 2022년(3415억원)에 비해서는 95.4%, 2021년(4692억원)과 비교하면 96.7% 급감했다.
실손보험은 급여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해주는데 급여는 건강보험료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누수 요인이 크지 않다. 반면 비급여는 별도 관리체계가 없어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로 이어진다. 일부 의료기관의 수법은 점점 대범해지고 있다. 실제 한 의원급 병원은 병원 건물 다른 층에 피부미용 관리센터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환자들에게 피부 미용과 마사지를 해주고 보험금 청구를 위해 도수치료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환자가 병원에 간 횟수도 부풀렸다. 병원이 이런 식으로 실손보험금을 가로챈 금액이 20억원이 넘고 병원장은 구속됐다.
비급여 의료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하고 횟수, 양 등도 제한이 없어 맘만 먹으면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동일한 치료인데도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는 수백 배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 기준 초음파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은 5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지만 990만원을 받는 곳도 있어 최대 198배의 차이를 보였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과잉 청구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로 인해 실손보험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약 2조원으로 1년 새 4400억원 늘었다. 결국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이 부담은 일반 선량한 소비자가 안게 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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