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투세 이렇게 빠져나간다고?'...'법인' 설립 권유하는 은행PB
고액자산가 금융투자 비중 확대 기대…내년 '금투세' 고민
금투세 회피 '1인 법인' 설립 등 조언…절세냐 법 회피냐
자산가인 A씨는 최근 자산관리 도움을 받고 있는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1인 법인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금융투자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 A씨가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세금을 납부해야 해 이익 규모가 작아질 수 있으니 개인투자자가 아닌 법인투자자로 변경하는 '절세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은행들의 VIP 대상 PB들이 고객들에게 법인 설립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이전에 절세 하는 방법을 착안한 것이다. ▷관련기사 : 뜨거운 감자 '금투세' 두고 숨죽이는 금융사들 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영업 행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절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자칫 입법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 주목하는 '부자'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올해 금융투자 쪽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가들의 70% 이상이 올해 주식, 채권, ETF, 만기환급형 보험 등 금융투자상품의 투자금액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의 '상당부분'을 여전히 금융투자쪽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부자들은 자산의 37.9%를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가구의 자산 중 금융자산이 15.6%라는 점을 비교하면 부자일수록 금융서비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 금투세가 예정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자산가'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는 게 은행 PB들의 설명이다.
은행 한 PB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자산가들은 금융투자소득 세금납부로 인한 수익률 저하를 우려해 현재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고액자산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투자자산이 우리나라 전체 자산 중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고객에게 '법인설립' 권유하는 PB들
금투세 도입에 대한 찬반 대립이 깊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금투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지난 총선에서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한 까닭이다.
이에 일부 은행 PB들은 금융투자소득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1인 법인 설립을 통한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에 한해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올리면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법인 설립이후 법인을 통해 투자하면 금투세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법인을 설립하여 투자를 하게 된다면 금투세 도입 시에도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세 등과 같은 점에서도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자산이 많은 고객들에게 이와 같은 방법을 안내는 하고 있고 자산가들의 니즈도 있다"고 설명했다.
1인 법인의 경우 당순하게 '법인을 세워 투자한다'라는 개념 외에 고려해야 할 법적인 부분, 세무적인 부분 등이 다양한데 이를 은행의 자산관리 지점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답안을 내 줄 정도로 정교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1인 법인 설립은 이미 초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익숙한 투자 방법"이라며 "은행 뿐만 아니라 세무사무소 등이 고액 자산가들의 법인 설립을 돕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 PB들이 고객의 자산 증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과 동시에 법을 우회해 입법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부분에서 자산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언은 다양하기 때문에 일선 PB들의 조언을 제재할 명분과 근거는 없다"면서도 "고민할 부분들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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