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일 동안 무승10패' 19살 슈퍼루키 어떻게 감당했나…"진짜 멘탈이, 제발 이겼으면"

김민경 기자 2024. 5. 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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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프로 데뷔전 이후 59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물세례를 받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진짜 이게 멘탈이 많이 힘들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슈퍼루키 황준서(19)는 29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뒤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59일 동안 본인이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서 팀이 모두 지는 것을 지켜보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해당 기간에는 본인이 등판하는 날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아 있었고, 이 과정에서 최원호 전 감독이 부진한 성적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신인 선수에게는 매우 가혹한 2개월이었다.

황준서는 결국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롯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94구 2피안타 5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2승(5패)째를 챙겼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 31일 대전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로 첫 승을 챙긴 지 59일 만의 일이었다. 한화는 3-0으로 완승하면서 4연승을 질주했다. 7회부터 장시환(1이닝)-이민우(1이닝)-주현상(1이닝)이 숱한 위기를 넘기고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막내의 승리를 지켜줬다.

시작부터 수비 도움을 받았다. 황준서는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황성빈은 출루하면 견제하기 매우 까다로운 주자다. 황준서는 1사 1루 고승민 타석 때 초구를 던지기 앞서 1루에 견제구를 던졌다. 황성빈이 베이스에 붙어 있었기에 아웃을 위한 견제는 아니었는데, 1루수 김태연이 센스 있게 태그아웃에 성공했다. 황성빈이 1루 베이스를 밟은 왼쪽 발을 지켜보다 잠시 발이 떨어지자마자 김태연이 왼쪽 다리를 태그했다. 원심은 세이프였으나 한화의 비디오판독 요청 결과 아웃이었다. 덕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황준서는 호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황준서는 황성빈을 잡은 김태연의 1회 수비와 관련해 " 일단 나도 당황스러웠다"고 답하며 웃은 뒤 "그 수비 말고도 오늘(29일) 내가 땅볼을 잡고 또 이상한 송구가 있었는데 (김)태연이 형이 조금 많이 도와준 것 같다. 오늘 많이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4사구 5개가 말해주듯 제구가 좋은 날은 아니었다. 황준서는 이날 94구를 던지면서 볼 44개를 기록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잘 버텨 나갔다. 직구(59개)에 포크볼(33개), 커브(2개)를 섞어 던지면서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평균 구속은 140㎞로 형성됐다.

황준서가 마운드에서 4사구를 남발하자 포수 최재훈은 황준서를 툭 때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하기도 했다. 황준서는 "자꾸 내가 볼넷이 많아지다 보니까 (최)재훈 선배님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이제 타자랑 싸워라. 가운데 넣어라'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또 그렇게 하니까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와서 마지막에 장난스럽게 한번 치신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화 타선은 1회 안치홍의 선취 투런포와 2회 장진혁의 2루수 땅볼 타점으로 3-0 리드를 안겼다. 이후 타선이 잠잠해진 가운데 황준서는 3점 리드를 야무지게 지켜 나갔다. 4회초가 최대 위기였다. 황준서는 1사 후 유강남과 나승엽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급격히 영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사 1, 2루 위기에서 황준서는 침착했다. 김민성을 1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하고, 신윤후까지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황준서는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했다. 1사 후 레이예스에게 중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유강남과 나승엽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한화 홈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결정구로 각각 포크볼과 커브를 활용하면서 시원하게 헛스윙을 끌어냈다.

▲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 황준서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최고 유망주 좌완 황준서가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 한화 이글스

황준서는 2개월 만에 승리를 챙긴 기분을 묻자 "진짜 이게 멘탈이 많이 힘들더라. 그런데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님께서 진짜 멘탈 관리 하나는 짱이다. 몸은 아직 이상이 없으니까. 코치님께서 멘탈적으로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도움이 진짜 많이 돼서 덕분에 좀 (패배들을) 잊고 던졌던 것 같다"고 했다.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의 멘탈 관리 비결과 관련해서는 "일급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연승 흐름을 이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황준서는 "일단 팀이 3연승을 달리고 있어서 부담 없는 부담을 가졌다.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그것에 힘 입어서 조금 잘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서가 팀에 승리를 안기지 못한 기간 한화 선발진도 힘든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한화는 류현진-펠릭스 페냐-김민우-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짜고 시즌을 맞이했는데, 류현진을 제외한 모든 구상이 흔들렸다. 페냐는 부진 끝에 지난 27일 웨이버 공시됐고, 김민우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고, 산체스 역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해 현재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문동주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0일까지 22일 동안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선발진이 줄줄이 이탈했을 때 황준서는 입단 동기 조동욱과 함께 빈자리를 살뜰히 채워 나갔다. 황준서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 조동욱은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들이다. 여기에 2022년 1차지명 문동주, 2021년 2차 1라운드 2순위 김기중이 차례로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면서 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발진이 완성됐다. 김기중은 2002년생, 문동주는 2003년생, 조동욱은 2004년생, 황준서는 2005년생이다.

황준서는 "(류)현진 선배님 빼고는 지금 나이가 2002, 2003, 2004, 2005년생이더라. 그래서 그냥 우리들끼리 장난식으로 이렇게 외국인 선수도 빠지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조금씩 뭉쳐서 힘을 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조금 더 형들한테 도움이 많이 돼야 할 것 같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힘겹게 2승 고지를 밟은 황준서의 목표는 10승이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더 부지런히 승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 한다. 시즌 끝까지 완주할 체력도 관리해야 한다. 황준서는 "살이 빠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살이 빠지진 않고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필상 황준서의 몸무게는 78㎏이다.

황준서는 10승 목표와 관련해 "내가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한다. 운이 좋으면 그래도 10승까지는 나도 해보고 싶다. 지금 내 머릿속에 신인왕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그냥 팀이 이길 수 있게 제발, 내가 던지는 경기에서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 한화 이글스 황준서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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