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내 메신저 본다고?"... 강형욱이 쏘아올린 사생활 보호 논란
사무실 안 CCTV 설치 놓고도 논란
"회사 메신저 다 볼 수 있는 거였어요? 사장이 감시라도 하고 있을까봐 무서워요."
'갑질' 폭로 의혹으로 곤경을 겪고 있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는 아내와 유튜브 채널에 나와 "과거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강씨의 아내는 "사내 메신저에 아들과 동료 직원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있었고, 훔쳐본 것은 잘못이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씨 부부는 "메신저 무료 사용이 끝나고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리자 페이지에 감사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원칙적으론 업무 용도로 쓰는 게 맞지만, 쓰다보면 직장 동료와 사담(私談)을 주고받기도 하는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처럼 '영장이 없으면 아무도 볼 수 없겠지' 생각했던 이 메신저를, 사내 관리자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구성원 동의'를 거쳐야 한다곤 하지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강형욱 사건의 또 다른 논란거리였던 사무실 내 폐쇄회로(CC)TV 문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①사내 메신저 모니터링
29일 업계에 따르면, 강씨의 회사 보듬컴퍼니가 사용한 네이버웍스에는 메신저, 게시판, 달력, 주소록, 메일 등 기능이 있다. 네이버가 2013년 출시했는데 초기 업무 시스템 구축이 힘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에서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워크, 팀즈, 슬랙, 플로우 등도 많이 사용된다. 약관상 관리자의 열람을 위해선 '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웍스 측은 "모니터링 기능은 감시 목적이 아니며, 데이터 접근 시 고객사 책임 하에 구성원 사전 동의를 받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별도 규정을 두거나 해당 내용을 고지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김모(39)씨는 "사내 메신저에 대한 회사 규정은 없고, 동의를 한 기억도 없다"며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 갑질, 성비위 등 이슈가 발생했을 때 내용을 열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관리자가 직접 열람하거나, 운영사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가능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안 직장인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건축회사에 근무하는 정모(35)씨는 "동료와 회사 험담도 하곤 했는데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며 "노트북 웹캠으로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불안해 했다.
②사무실 CCTV 설치
또 다른 논란은 사무실 내 CCTV 설치다. 강형욱씨는 "감시용이었다"는 전 직원의 주장에 대해 "물품 도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사무공간에 CCTV를 설치하려면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데, 30인 미만 사업장은 동의 없이 설치해도 위법은 아니다.
규정이 애매하다보니 CCTV를 두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회사는 보안, 노동자는 사생활 등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강조하니 정부의 조정 절차까지 가서야 해결되기도 한다. 실제 과거 자연 관광지 사업소 직원 A씨는 사무실과 관광지에 동의 없이 설치된 CCTV가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사업소는 CCTV 각도를 조절하고, 징계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보듬컴퍼니 사례도 여러 사안이 얽혀 구체적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사업장이 반려견 훈련시설로도 사용된 만큼, 동물학대 방지를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동물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아직 보듬컴퍼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다"며 "동물보호법이나 노사관계 등 복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내 메신저와 CCTV 논란을 두고, 현장 전문가들은 "사생활 보호 개념이 없는 무분별한 회사 감시는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업무에 쓰이는 툴(메신저 등)은 회사 자산이지만 직원 동의와 타당한 이유 없이 열람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업무라 하더라도 개인 영역이 있을 수는 만큼, 사업주의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별짓 다 해도 '캔슬'되지 않아...언터처블 김호중, '오디션 권력'이 만들었다 | 한국일보
- '형제' MB와 포옹하며 "오 마이 갓"… UAE 대통령은 왜 논현동으로 찾아갔나 | 한국일보
- 저출생이 정자 문제?... 혈세 들여 정자 분석·정관 복원 지원한다니 '분노' | 한국일보
- "사망 훈련병, 게거품 물고 까만색 소변" 동기 부모 증언… 국민청원도 등장 | 한국일보
- 교수가 없어 졸업논문도 못 쓴다는 이곳... 이대 무용과엔 무슨 일이? | 한국일보
- "尹 거부권, 野 다수결 맹신 버려야"... 극단적 여소야대 상생 해법[22대 국회 개원] | 한국일보
- [단독] 또 김계환이... 'VIP 격노설' 들은 세 번째 내부자 있었다 | 한국일보
- 송영길 지지했던 이천수, 아내 만류에도 원희룡 도운 이유는 | 한국일보
- 신성우 "현 아내와 이별 위기, 바이크 타다 결혼 결심" | 한국일보
- 폐지 수거 노인에 달려간 초등생들… 사이드미러에 비친 선행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