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외환위기는 추락의 시발점…신간 '갈수록 살기 힘든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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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린 피터 드러커의 눈에 한국은 절망의 땅이었다.
한국이 압축성장과 민주화라는 연쇄적인 성과를 일궈내며 단시간 내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한국이 이처럼 급격히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시리즈를 쓴 작가 박세길은 신간 '갈수록 살기 힘든 나라'에서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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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린 피터 드러커의 눈에 한국은 절망의 땅이었다. 시장은 협소하고, 지하자원은 부족했다. 분단 탓에 교역의 요충지가 될 가능성도 없었고,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처럼 막강한 화교 네트워크도 부재했다. 1954년 내한해 이처럼 비관적으로 바라본 드러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이 압축성장과 민주화라는 연쇄적인 성과를 일궈내며 단시간 내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드러커의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선진국 대열까지는 빠르게 진입했으나 이후 급격히 추락하고 있어서다. 양극화는 심해졌고, 청년 취업시장은 얼어붙었으며,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성장의 버팀목이랄 수 있는 출산율마저 세계 최저 기록을 매년 자체 경신하고 있다. 줄어드는 아이 울음 속에 한국 경제 성장이 끝났다는 의미의 '피크(Peak) 코리아' 담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잘나가던 한국이 이처럼 급격히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시리즈를 쓴 작가 박세길은 신간 '갈수록 살기 힘든 나라'에서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저자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까지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단결력으로 고속 발전했다. 우후죽순 성장한 인재들은 기업에 진출해 성과를 냈고, 기업은 그 결과 달러를 쓸어 담았다. 기업과 직원은 '가족주의'에 기반해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기업이 임직원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면, 임직원은 기업에 절대 충성했다. 한 번 취업하면 '평생직장'을 보장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IMF 사태를 통해 파고든 신자유주의 문화가 가족주의에 뿌리를 둔 한국문화를 뒤흔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로 포장됐으나 신자유주의는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철저하게 비용으로 간주하며 무한 경쟁 기반의 승자 독식에 토대를 둔 사상이다. 이런 신자유주의가 주류 사상으로 착근하면서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가속했고,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양극화, 신분 세습, 무한 경쟁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지배적 사상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로 97 체제는 의연히 지속했고, 사회적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모순은 계속 심화해 왔다"고 비판한다.
포르체. 37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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