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번화가에 널브러진 음식물 쓰레기통…악취에 벌레까지

배출 규정 나몰라라…세척도 뒷전
소규모 음식점 과태료 규정 없어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29일 오후 8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번화가.

술집과 술집이 맞닿은 골목길 사이로 퀴퀴한 냄새가 바람에 휘날렸다. 골목 정중앙에는 120ℓ 용량의 대형 음식물 쓰레기 수거 용기 8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행인들은 코를 막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 남성은 화가 나는지 음식물 쓰레기통을 걷어차기도 했다.

이 지역 상가는 매주 화·목·일요일 일몰 후 자정까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데, 이날은 수요일이었다.

율량동 주민 A(28)씨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용기가 술집 골목에 방치된 것을 매일 본다"며 "생활 쓰레기봉투까지 모여 거리가 더 지저분해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충북 청주의 번화가 곳곳이 음식물 악취에 신음하고 있다.

도로를 점령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용기로 역한 냄새는 물론, 통행 방해와 거리 미관 훼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 중이다. 음식물이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에는 각종 해충까지 들끓으면서 감염병 우려까지 낳는다.

청주의 또 다른 번화가인 흥덕구 강서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 날 저녁 하나병원 뒤편 골목에는 세척한 지 오래된 음식물 쓰레기통 20여개가 도로 양쪽에 널브러져 있었다. 쓰레기통으로 좁아진 인도를 피해 차도로 통행하는 행인이 다반사였다.

직장인 김재원(45)씨는 "이젠 수거 용기가 당연하게 인도에 나와 있는 느낌"이라며 "더러운 쓰레기통 때문에 인도로 걸어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주민 B(34·여)씨는 "출근할 때마다 이 길을 지나가는데 악취 때문에 괴롭다"며 "최근엔 인도 위로 엎어진 수거 용기에서 내용물이 흘러나와 비둘기 떼가 모여드는 일도 있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청주시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에 규정된 음식점과 상가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장소는 '사업장 앞'이다.

수거일은 구역별 격일로 지정돼 있는데, 수거일 전날 일몰 후부터 자정까지만 배출할 수 있다. 사업장 면적 200㎡ 이상의 음식점이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규모 음식점은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강서동의 한 음식점주(72)는 "규정대로 수거 용기를 식당 가까이 두면 냄새가 나고 지저분해 손님들이 싫어한다"며 "사업장 앞 배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또 다른 점주는 "배출 규정을 정확하게 몰랐다"며 "다른 음식점도 다 똑같이 배출하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용기 민원이 접수돼도 계도 수준에 그친다.

현행법상 사업장 면적 200㎡ 이상의 다량 배출 사업장에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나 배출 규정을 주로 어기는 소규모 음식점에서는 계도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량 배출 사업장에도 2014년 관련 조례 제정 후 한 번도 과태료가 부과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점마다 자율적으로 갖춰야 하는 수거 용기에 대한 세척·관리 규정은 아예 없는 상태다.

반면, 서울시 노원구의 경우 2년 전부터 소규모 음식점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 세척·소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는 2017년부터 중대형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 6000여개에 사업장 실명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구청 단속 담당 인원이 적어 계도에 어려움이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거용기 대신 봉투를 사용하자는 건의가 나오기도 한다"며 "소규모 음식점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행 조례에도 허점이 있다.

조례상 배출 요일이 아닌 날에는 업주가 수거 용기를 업체 내부에 보관해야 한다. 악취 등으로 발생한 영업 피해는 오로지 업주의 몫이다. 업주가 조례대로 수거 용기를 배출할 수 없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업주가 현행 조례대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실에 맞는 조례 개정을 위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ye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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