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연의 뭐가 문제니] 시청률 5%의 문제작, '선재 업고 튀어'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줄곧 4%대 시청률, 종영 주를 맞고서야 5.8%를 기록하며 종영한 희대의 문제작, '선재 업고 튀어'다.
시청률 역사상 가장 황당한 일의 발생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조사 결과, 방영 내내 3%, 4%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시청률 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시은 극본, 윤종호 김태엽 연출)의 성공이 방송가에 충격을 일으키는 중이다.(유료가구 기준) 방영 내내 4%를 유지했던 드라마 중에는 드물게, 전례가 없을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켰고, 화제성 하나만으로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내면서 진짜 문제작으로 떠오른 바다.
그동안 방송가에서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줄곧 돌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수치를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그래도 시청률은 중요하다. 진짜 재미있다면 TV로 본다"는 반응도 이어졌기 때문. '눈물의 여왕'이나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높은 시청률을 보여줬던 드라마들의 성공이 눈 앞에 있었고, 10%가 넘는 시청률을 내는 드라마도 줄줄이었다. 그러나 '선재 업고 튀어'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자체의 화제성이 방영 내내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변우석과 김혜윤의 출연자 화제성이 1위를 차지하면서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수치가 보여주는 반전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지난 4월 8일 첫 방송 이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매주 압도적인 화제성과 놀라운 파급력으로 콘텐츠의 성공을 더 이상 시청률로 판단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선례를 만들었다. 특히 2030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줄곧 각종 화제성 지표를 올킬하며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8일 기준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FUNdex) 5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4주 연속 1위, 변우석, 김혜윤은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조사 4주 연속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변우석은 드라마와 비드라마 부문 모두 1위를 석권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굿데이터에서 화제성 조사를 해온 이래 최초의 기록. 또한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서 전 회차 8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 올해 방영한 전 채널 평일 드라마 기준 여성 20대 최고 시청률, 26일 기준 누적 조회수 8억 5천만 뷰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기록을 줄줄이 남겼다.
뿐만 아니라 23일 기준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방영 6주 차 130개국 1위, 미국을 포함한 109개국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북미 주간 시청자 수 기준 매주 자체 최고 경신으로, 2024년 타이틀 중 주간 단위 시청자 수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이다. 여기에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유넥스트(U-NEXT) 전체 드라마 및 한류·아시아, 조회수 1위, 대만 아이치이(iQIYI) 드라마 랭킹 1위, 세계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IMDb 평점 9.1점 등 전 세계적으로 '선재 업고 튀어' 열풍을 몰고 왔다.
음원 차트에서도 아이돌을 능가하는 화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첫 번째 OST 이클립스의 '소나기'를 시작으로 OST 전곡이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고, 이클립스 멤버 류선재가 데뷔 전 첫사랑 임솔을 생각하며 쓴 자작곡 '소나기'는 멜론 일간차트 305위에서 시작해 TOP100 5위까지 오르며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멜론 일간 차트에 유회승의 '그랬나봐', 10CM의 '봄눈', 이클립스의 'Run Run', 민니의 '꿈결같아서' 등 무려 5곡이 100위권 안에 포진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나아가 시청자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부터 밤샘 대기와 새벽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최종회 단체 관람 이벤트의 경우 준비된 1,000석은 5분도 안 돼서 매진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또한 무삭제 대본집은 예약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024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등극하는 등 드라마의 화제성을 업고 음반과 도서까지 시청자의 '선재 앓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핵심 타깃'을 저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시청 환경 속에서 '화제성', '구매력', '파급력'이 높은 타깃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 '선재 업고 튀어'를 방영한 tvN은 20세부터 49세까지의 시청자들을 핵심 타깃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며 채널 전략에도 반영하는 중이다.
tvN의 박상혁 채널사업부장은 "요즘 시청률을 주도하는 층이 중장년 층으로 넘어갔는데, 화제성을 만들고 환경을 만드는 것은 2030 세대다. 핵심 타깃으로 공략이 됐기에 수치적 드라마 시청률보다는 훨씬 강한 임팩트가 있었고, 티빙에서의 점유율을 계산하면 사실은 지금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이 나온다. TV 시청률 지표에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들의 수는 여느 메가 히트작에 밀리지 않는다. 2030 층이 이 콘텐츠를 재생산, 재소비, 확산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해주셨기에 파급력이 생겼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며 TV 영향력이 떨어진 것 같지만, 앞으로 TV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영향력을 줄 것 같다. TV의 시청률을 따라가는 게 아닌, 새로운 방향을 찾아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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