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자산운용사 사장이 인스타 눈팅만 하는 이유

정민하 기자 2024. 5. 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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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망한 주식 종목이요? 요즘은 다른 것보다 일단 소셜미디어(SNS) 인기 해시태그(#)를 보면 됩니다."

SNS가 새로운 투자 지표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불닭볶음면 해시태그 'buldak'이 급증한 점을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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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망한 주식 종목이요? 요즘은 다른 것보다 일단 소셜미디어(SNS) 인기 해시태그(#)를 보면 됩니다.”

SNS가 새로운 투자 지표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이달 들어 주가가 80% 넘게 뛰었다. 올해 들어 3월까지만 해도 삼양식품 주가는 내림세였지만, 일부 발 빠른 여의도 자산운용사는 연초부터 비중을 늘려왔다고 한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불닭볶음면 해시태그 ‘buldak’이 급증한 점을 포착한 것이다.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왼쪽), 미국의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을 생일선물로 받고 감격하는 영상(오른쪽). 두 영상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틱톡 캡처

삼양식품의 주력 상품인 ‘까르보불닭’ 콘텐츠는 SNS에서 수백만 조회 수가 기본이다. 미국 유명 여성 가수 카디비가 30분을 운전해 간신히 구했다고 자랑하면서 자신의 틱톡에 올린 까르보 불닭볶음면 먹방(먹는 방송)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3200만회를 기록했다. 인형도 아닌 까르보불닭을 생일선물로 받은 소녀가 왈칵 눈물을 쏟는 영상의 조회수는 1억회를 넘겼다.

해시태그 증가량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 1분기 삼양식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857억원, 8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1%, 235.8% 급증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74.9%로 전년 동기 대비 10.6%포인트 증가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가는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로 꼽혀 변동성이 컸던 화장품 업종도 SNS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실리콘투, 아이패밀리에스씨, 브이티, 마녀공장 등 중소업체는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등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이들 기업의 인디 브랜드 제품도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일이 잦아졌다.

실리콘투는 온라인몰 ‘스타일코리안닷컴’을 통해 전 세계 약 160여개 국가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역직구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다. 올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고, 주가가 연초 대비 약 400% 올랐다. 전날 1년 내 최고가를 새로 쓴 아이패밀리에스씨도 올 들어 200% 넘게 주가가 뛰었다. 이 회사의 대표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은 일본·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가에선 불닭의 뒤를 이을 ‘해시태그’ 종목을 찾고 있다. 한국인에겐 너무 익숙해서 특이할 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김밥(kimbap), 초코파이(chocopie)는 해외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브랜드의 화장품이지만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템(추천 아이템’으로 꼽는 인디 브랜드도 넘쳐난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인스타그램을 1~2시간 정도 살펴본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남의 일상에 관심이 없는데, 요즘은 인스타 안보고 매매하면 큰일난다고 직원들이 하도 잔소리를 해서 ‘눈팅’만이라도 하고 있다. 하고 보니 매매에 큰 도움이 되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SNS에서 인기는 결국 해외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뛴다. 논리는 사뭇 단순하다. 인구절벽으로 내수 시장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해외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기업이 결국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망 종목을 점칠 때 하나의 지표로서 SNS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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