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 현상 우려? 박사급 인재만 7000명…대한민국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는 홍릉강소특구[균형 발전의 거점, 강소특구를 가다⑭]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5.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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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공동화현상 우려됐던 홍릉
2020년 강소특구 지정과 함께
지역 내 R&D 인프라 총동원
특구 기업 투자연계액 2000억 돌파

2010년대 중반,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영화진흥위원회, 국방기술품질원, 산업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의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서 서울 홍릉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주요 기관들이 대거 서울을 떠나면서 홍릉 지역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중심으로 경희대, 서울시립대, KAIST 경영대학은 물론 고려대학교 병원, 경희대학교 병원 등이 밀집해 있는 홍릉의 인프라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서울 홍릉에는 이미 150여개에 달하는 벤처기업과 5000여명의 박사 인력이 밀집해 있는 지식 도시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 KIST 등은 홍릉의 발전 방안을 두고 수많은 논의를 이어왔다. 그 일환의 하나로 홍릉은 지난 2020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소특구로 지정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특화 분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수도권 유일의 ‘바이오 허브’… 해외 진출의 첨병
홍릉강소특구 창업학교 행사 [사진=홍릉강소특구]
서울 홍릉은 인천공항에서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과 병원, 벤처기업, 정부출연연구소 등 연구 기관이 대거 밀집해 있는 곳은 홍릉이 유일하다.

임환 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은 “홍릉강소특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R&BD 중심의 클러스터로 산·학·연·병원 밀집 협력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바이오 분야 첨단 연구,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홍릉 강소특구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특화 분야로 지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릉은 정출연과 대하게 등 다양한 연구기관의 집적지로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과학 중심지 기능을 해왔다”라며 “홍릉 지역의 공동화 현상을 막고자 홍릉 일대 기관이 뭉쳐 홍릉포럼을 발족한 뒤 홍릉 일대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자생적으로 구축된 홍릉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 홍릉 일대 발전 도모 및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거버넌스 아래 강소특구 지정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홍릉에는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출연연의 맏형 KIST와 함께 고려대, 경희대 등 우수 대학이 있다. 특히 대학 병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유망 의료기술에 대한 R&D는 물론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임 단장은 “이러한 인프라는 연구에서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라며 “또한 각 기관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의료기술 개발과 개선을 위한 연구자, 의료진, 환자 간 실시간 교류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릉강소특구 컨퍼런스 [사진=홍릉강소특구]
홍릉강소특구는 이러한 인프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비 창업가 지원, 특구 내 연구 기관 연결,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예비·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시장 분석은 물론 자본 조달 방법 등의 창업 교육을 진행했으며 경진대회를 통해 유망 기술 사업화를 지원했다. 또한 콜마홀딩스, 대웅제약, 아주IB, 스케일업파트너스 등 29개 기관이 모여 ‘투자기관협의체’를 구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전략, 멘토링 등을 제공했다.

창업 경진대회 우승 팀에게는 최고 3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창업 아이템 고도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지원, 강소특구 내 창업공간 입주 지원 등의 혜택을 통해 창업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임 단장은 “홍릉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H클럽’이라 불리는 네트워크를 운영, 홍릉 일대 산·학·연·병원 간 연결을 위해 노력했다”라며 “이밖에 홍릉 외부에 있는 기업과 홍릉 내 병원과의 협력 체계 등도 구축해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홍릉 강소특구에서는 짧은 기간임에도 다양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KIST 함정엽 박사가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창업한 네오캔바이오도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던 지난해 1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 지으며 순항하고 있다.

KIST 소속 조성진 박사가 창업한 ‘큐어버스’는 ‘뇌질환·다발성 경화증 저분자 신약 개발“로 창업 1년 만에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고려대학교 소속 김병곤 대표가 창업한 ’엔도로보틱스‘는 ’내시경 호환 무절제 유연수술로봇‘ 개발을 통해 누적 180억 투자유치 실적은 달성했다.

박사급 인력만 7000명…국가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실증특례’라는 특구만의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KIST 한성민 박사의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이센’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함께 ‘뇌질환자 비대면 진료 보조 시스템 기술’을 개발한 뒤 실증 특례를 진행하고 있다.
홍릉강소특구의 싱가포르 공동 워크숍 장면 [사진=홍릉강소특구]
홍릉강소특구는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에 현지 네트워크를 구성해 기업의 세계 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이 홍릉으로 진출할 수 있는 협력 체계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싱가포르국립대학(NUS), 홍릉강소특구가 연구자 간 중개연구 수요발굴을 추진, 실제로 다양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프랑스 바이오클러스터인 ‘메디센(MEDICEN)’과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웨비나는 물론 네트워킹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임 단장은 “2022~2023년 2년 동안 해외에 있는 연구소, 연구 클러스터 5곳과 협약을 맺고 끊임없이 교류하며 공동 연구를 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약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콜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매년 4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응제약 이노베어 프로그램 협력을 통해서도 연간 20억원 내외의 스타트업 투자 연계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홍릉강소특구 일대에는 박사급 인력 7000여명, 대학생 12만명에 달하는 고급 인재풀이 자리 잡고 있고 인근 기관의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수주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기반을 중심으로 홍릉강소특구는 R&D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뒷받침에 힘입어 홍릉강소특구는 지정 3년 만에 75개 기업 창업, 연구소 기업 39개 설립, 1566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뤄냈다. 홍릉강소특구 내 입주기업은 현재 338개 사에 달할 뿐 아니라 투자 연계액은 2052억원을 기록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강소특구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다양한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강소특구의 주관지자체인 서울시는 홍릉바이오의료 앵커시설 확대를 위해 첨단의료기기개발 지원센터, 홍릉 R&D 지원센터를 조성하고, 홍릉강소특구를 중심으로 배후 공간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확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 단장은 “올해 4년 차를 맞는 홍릉강소특구는 연구개발특구가 보유한 다양한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그간 구축된 다양한 핵심플랫폼을 통해, 기술 핵심 기관의 혁신 기술이 더 다양한 딥테크 창업으로 이어지고 특구의 투자, 네트워킹이 결합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며 “또한 병원, 의료기관과 연계된 육성 플랫폼을 통해 중개연구, 임상 협력, 의료 규제 특례 등을 제공해 성장을 촉진, 특구 내 유망 기업이 바이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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