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나 때문에…" 박병호는 왜 맞트레이드된 절친에게 사과했나
[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미안하다, 나 때문에…"
'국민거포' 박병호(38)의 '방출 소동'은 결국 트레이드로 빠르게 마무리됐다. KT는 28일 삼성에 박병호를 건네는 조건으로 '베테랑 거포' 오재일(38)을 받아들이면서 1대1 맞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할 수 있었다.
2020~2021년 키움에서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박병호는 2021시즌을 마치고 KT와 3년 총액 30억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맺었고 2022년 홈런 35개를 터뜨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성공,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지난 해 홈런 개수가 18개로 급감하더니 올해는 1할대 타율에 홈런 3개를 치는데 그치면서 입지가 줄어들고 말았다. 마침 같은 포지션에 있는 문상철이 펄펄 날면서 출전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결국 구단에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KT 관계자는 "박병호가 지난 주말 구단에 공식적으로 방출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KT는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했다. 박병호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면 결코 팀에 도움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KT는 빠르게 트레이드를 타진했고 그 결과는 오재일과의 맞트레이드로 이어졌다.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박병호와 오재일은 1986년생 동갑내기 친구로 절친한 사이다. 이들은 트레이드가 발표되자 전화통화를 나눴고 박병호는 오재일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결론적으로 박병호가 KT에 방출을 요청한 것이 트레이드의 발단이 된 셈이었고 가만히 있던 오재일은 한 순간에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으니 박병호로선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것이다.
"(박)병호와 전화통화를 길게 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친구끼리 트레이드되는 게 참 웃기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오재일은 "병호가 '나 때문에 네가 갑자기 팀을 옮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기 자리에서 잘 하면 서로에게 잘 된 일'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트레이드가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오히려 이것이 두 선수에게는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슬럼프를 겪었던 오재일은 2군을 다녀오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재일은 "아무래도 잘 맞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보니까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히면서 "주전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좋은 결과가 지속되면 경기도 많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전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야구를 즐겁고 재밌게 하는 사람인데 최근에 야구가 잘 되지 않아서 조금 처져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팀이 바뀌었으니 더 재밌게 야구를 하고 싶다. 또 후배들에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런 역할도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베테랑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것임을 다짐했다.
마침 오재일은 지난 12일 NC전에 맞춰 1군에 돌아온 이후 타율 .310 2홈런 5타점을 남기면서 점차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타격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오재일은 "그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을 계속 이어가면서 몸 상태도 관리를 잘 한다면 KT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오재일은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초 대타로 나와 KT 입단 후 첫 타석을 맞았지만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트레이드 맞상대가 된 '절친'이 "미안하다"고 할 만큼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였지만 오재일은 이번 트레이드로 '부활'에 성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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