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신한, 주식수 많다" 진옥동 회장 언급한 이유

노명현 2024. 5.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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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그룹 발목잡는 주가…발행주식 많은 탓
신한지주, 상장 주식 수 5.1억주…유상증자 영향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신호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증시 활황과 달리 국내 주식시장은 침체되면서 정부 차원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창입니다. 그 중심에는 금융권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워낙 낮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까닭인데요.

특히 상장 금융지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며 투자자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발언도 투자자 눈길을 끄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상장주식 5억주 넘는 신한지주, 왜?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 상장주식 수는 약 5억939만주입니다. KB금융(4억351만주)과 하나금융지주(2억9236만주)보다는 많고 우리금융지주(7억4259만주)보다는 적은 수준인데요.

신한지주 상장주식 수가 경쟁 금융지주보다 많은 것은 자본확충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아닌 유상증자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 재무건전성 핵심 지표로 평가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을 위해서죠. 

신종자본증권은 상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영구채라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CET1비율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장금융지주 상장주식 수 및 주가

최근 사례를 보면 신한지주는 2020년 9월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약 1조158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는데요. 신주 발행 규모는 3913만주입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향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자금공급 기능 유지와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를 위해 신한지주는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그 결과물로 상장주식 수가 늘어났습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자금공급 증가로 외형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어 신종자본증권 발행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주식 수가 많으면 주가가 오르기 쉽지 않은데요. 29일 종가 기준 신한지주 주가는 4만6400원입니다. 신한지주는 KB금융과 국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데요. KB금융 주가는 7만8600원입니다. 신한지주에 이어 줄곧 3위 자리에 오르는 하나금융 주가는 6만1700원이죠.

신한지주 주주들 입장에선 상장주식 수가 많으니 주가 측면에선 리딩금융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속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발행물량 조절" 자사주 매입·소각 시그널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물량(주식 수)을 관리해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을 피력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말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본은 수급의 문제인데 주주환원은 결국 수급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증자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인데, 이를 활용해 이익이 나면 주주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고 그 방법으로 주식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내용이죠.  

실제 진 회장은 자사주 매입·소각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신한지주의 발행주식 수가 많다는 점을 진 회장도 인식하고 해소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는데요. 

진옥동 회장은 "동종업 다른 은행에 비해 발행 주식량이 125~160% 정도로 많다"며 "당분간 현금배당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발행물량을 조절하겠다는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지주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 7개 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주식 수가 많은 게 현실이죠.

국내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모두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는데요. 신한지주의 경우 1분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했고 향후 2·3분기에도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식 수가 많다"는 진 회장 발언은 앞으로 주주환원을 적극 시행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힙니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은행들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만큼 7연속 자사주 매입·소각도 가능했습니다. 

금융그룹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고금리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탄탄하고 두터운 이익기반이 선행돼야 이같은 투자자와의 약속도 지켜지겠지요. 신한지주의 밸류업을 기대해 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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