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탈락 실망감 극복한 이승우, "대표팀은 내가 K리그로 돌아온 이유, 다시 부름받기 위해 마음 비우고 뛰겠다"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가까워졌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더 크네요.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더 비워야겠어요."
'태극마크'로 상징되는 국가대표는 현역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하지만 아무나 그 자리에 오를 순 없다. 계속 꿈만 꾸다 은퇴할 때까지 끝내 오르지 못하는 선수도 부지기수. 특별한 소수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그런 속성을 알면서도 선수들은 또 계속 그 꿈을 위해 달린다.
K리그1 수원FC의 간판스타 이승우(26)도 '태극마크'라는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비록 여러 차례 '명단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고, 그로 인한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여전히 이승우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꿈을 향해 드리블한다. 애초부터 이승우가 K리그로 돌아온 목적 자체가 '대표팀 승선'이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문턱에서 또 한번 탈락의 쓴맛을 본 이승우가 상처 입은 마음을 애써 추스르며 그라운드에서 다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시련은 확실히 이승우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킨 듯 하다. 담담하게 '다음을 향한 도전'을 언급하는 그에게서 포기를 모르는 강한 남자의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이승우는 지난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후반 38분에는 쐐기골까지 터트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은 이승우의 시즌 7호골이었다. 득점 선두 무고사(인천)와는 겨우 1골 차이. 투지와 열정,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이날 이승우는 혜성처럼 반짝였다.
아이러니컬하게 이승우가 이렇게 빛을 발할 수 있던 원동력은 '좌절'이었다. 김도훈 임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7일 발표한 6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대표팀 23명 명단에 이승우의 이름은 없었다. 내심 시즌 초반 좋은 활약덕분에 기대가 컸던 터라 이승우의 상심은 몹시 컸다. 이승우는 "A대표팀은 어떤 선수에게든 동기부여가 되는 자리다. 당연히 실망감이 들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실망감에 젖어만 있지는 않았다. 김은중 감독과 팀 선배들의 많은 위로를 받으며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뛰기로 다짐했다. 그는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하더라도 대표팀은 어쨌든 '선택'을 받아야 갈 수 있는 자리다. 주어진 환경에서 한번이라도 다시 부름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실망감도 당연히 들고, 힘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기회를 생각하고 다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김은중 감독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김 감독은 "확실한 건 이승우가 3월보다는 6월에 대표팀에 좀 더 근접했었다는 점이다. 다음 9월 대표팀 명단 발표 때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리그에서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승우의 9월 대표팀 합류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K리그 3년차를 맞이한 이승우는 확실히 올해 한층 더 성숙하고, 강인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15라운드까지 치른 결과 득점 4위(7골), 공격포인트 2위(9개)로 활약 중이다. 그는 "1, 2년차 때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의심을 받았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더 편해졌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활약이 시즌 후반까지 꾸준히 이어진다면 다음 대표팀 명단에서 이승우의 이름을 발견할 가능성은 크다. 무엇보다 이승우 스스로가 '태극마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승우는 "K리그로 돌아온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서였다. 첫 시즌 때는 월드컵을 위해 대표팀에 가려고 했고, 두 번째 시즌 역시도 너무나 가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주위에서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더 아쉽고 실망감도 크다"면서 "좀 더 마음을 비우고, 리그에 집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마음을 비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대표팀에 너무 가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비우려고 집중하고 있다"며 대표팀 발탁을 위한 각오를 밝혔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진짜 일류'라는 말이 있다. 풀타임을 소화하고 인터뷰에 응한 이승우는 다소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옅은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실망감마저도 발전의 계기로 삼은 모습에서 '진짜 일류'의 위용이 느껴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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