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국제유가 흐름···약속 위반한 OPEC 회원국 탓?

김경미 기자 2024. 5. 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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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90달러 육박했던 브렌트유 주춤
국제 분쟁·감산에도 국제유가 흐름 흔들려
OPEC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위반탓 분석
'자발적 감산' 안지키는 일부 국가에 불만↑
해양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노르웨이 인근 북해의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중동 분쟁과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 흐름이 기대치에 못 미치며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가 감산 약속을 어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OPEC은 유가 안정을 위해 올 6월 말까지 전 세계 공급량의 2% 가량을 감산하기로 약속했지만 감축 목표를 어기는 곳들이 많아지며 석유 재고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달 2일 열리는 OPEC 장관급 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배럴당 90달러를 육박했던 브렌트유가 5월 들어 80달러 초반까지 내려앉는 등 주춤하고 있어서다. 회원국들은 감산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유가가 하락하는 이유로 일부 국가의 ‘약속 위반’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OPEC은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던 지난 2년간 쿼터에 허용된 총 생산량보다 적은 양을 생산하는 등 약속을 잘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4년까지 하루 37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약속한데 더해 6월 말까지 하루 22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기로 합의해 전 세계 공급량의 2% 가량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동맹국들의 생산량이 매월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4월의 경우 목표 대비 하루 50만 배럴을 초과 생산해 3년 전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글로벌 석유 재고는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OPEC은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강제 감산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아랍에미리트 등 일부 대형 산유국이 발표하는 자발적 감산이라는 두 가지 유형을 통해 감산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대체로 자발적 감산 국가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할당량을 초과해 판매하고 또 다른 생산자들의 감산 노력에 무임 승차해 가격을 높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자재 컨설팅기업 리스타트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자발적 감산에 참여한 국가들을 공동 목표보다 80만 배럴 이상을 더 생산했다.

특히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은 지속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최악의 위반국으로 꼽힌다. 러시아 역시 감산 발표에 따른 효과(유가 상승)는 좋아하는 반면 실제 석유 판매량을 줄이는 것은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 카르텔의 사실상 리더이자 전통적 집행자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어느 정도는 과잉 생산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많은 회원국들은 쿼터가 불공평하고 최근 생산량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는 일부 국가에 대한 불신이 너무 높아 OPEC은 회원국의 생산량을 정밀 조사하도록 외부 기관에 의뢰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재차 반등한다면 회원국 간의 갈등이 잠재워질 수도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올 수록 휘발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소 완화된 이란-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미국 및 중국 경제가 활성화할 경우 유가는 급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반대로 OPEC 비회원국들의 석유 공급 증가는 유가에 부정적 요소다. 5월 캐나다는 250억 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마침내 개통해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할 수 있게 됐으며 자국 기업들에 생산량을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셰일 업체들 역시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며 남미의 해양 시추 프로젝트 여러 곳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가 일부 감산을 철회하면서 회원국의 불만을 다독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이면 모든 감산 조치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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