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치 기록한 나스닥, 2700 무너진 코스피…왜?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4. 5.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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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초로 1만7000선을 넘었다. 나스닥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 증시는 올해 들어 10%를 넘는 상승세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코스피 3000선 기대가 무르익고 있으나 무색하게도 6월이 다 돼 가도록 2800선을 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수혜가 미국, 대만과 같은 특정 국가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윤석열정부가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던 기업 밸류업(가치제공) 지원방안에 대해 시장이 ‘기대 이하’로 평가하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세계일보는 30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권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카드 대출엔 1·2금융권에서 돈줄이 막힌 서민과 자영업자의 급전 수요가 몰리는 데, 이들 차주가 고금리·고물가로 상환조차 어려워진 결과로 분석된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67% 하락한 2677.30으로 코스닥은 전날 대비 12.56p(1.48%) 하락한 838.45에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오른 13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1
◆코스피 올해 상승률 1.99%…제자리 걸음 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9% 오른 1만7005.65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넘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달 들어서만 8.7%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AI용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13% 오른 1140.59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최초로 11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상승 추이다. AI 산업 발달과 함께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발표했던 2022년 11월 30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169.23달러에 불과했었다.

나스닥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 증시는 활황세다. 연초 대비 28일 기준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는 11.47%,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72%, 대만 자취안지수는 22.43% 상승했다. 코스피는 이 기간 1.99%의 상승률을 기록, 사실상 횡보 상태다. 코스피는 29일 들어서도 전일 대비 45.55포인트(1.67%) 하락하며 2700선이 다시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동안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과 코스피는 동조화 현상을 띠는 사례가 잦았다. 왜 올해는 예외일까. 먼저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28일까지 2.51% 하락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나스닥 등은 미래산업 테마 유입 및 이로 인한 관련 기업의 수익 증가로 경제성장률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흐름에서 빗겨나가고 있다”며 “대만은 AI 특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범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만 자취안지수 시총이 한국 코스피 시총을 앞지른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는 대만 증시 대장주인 TSMC와 삼성전자 간 주가 차이에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미 수출은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지만, 대만은 같은 기간 64%나 급증했다”며 “미국 AI 붐 사이클에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큰 수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장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증시 부양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가 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업 자율’에 방점을 찍은 것을 두고 ‘미온적인 대책’이라고 반응했고, 세제 혜택이 빠진 데 대해서는 비판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한 일본 사례를 참고했을 때 관련 지수 출시 직후 밸류업 주가 모멘텀이 단기적으로는 약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주주환원율, 총주주수익률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밸류업은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은행 신용카드 대출연체율 3.4%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집계됐다.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은행은 금융지주 산하에 카드사를 운영하는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겸영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가리킨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작년 상반기 2% 초반대로 오른 뒤 하반기 2% 후반대로 재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3%를 넘어섰다.

이처럼 연체율이 오른 이유는 신용점수가 낮은 서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들이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을 쓴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1금융권은 은행은 지난해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더불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101조3777억원으로 1년 전(113조1739억원)보다 10% 넘게 줄었다.

이미 1·2금융권에서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계속되면 2003~2005년 카드 사태 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종전 최고치는 2005년 8월의 3.8%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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