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게 라커룸 문제 해결 의무 없다"는 클린스만, 전술도 리더십도 빵점…더 의아해지는 '지휘봉 쥐어준 이유'
[OSEN=정승우 기자] 도무지 장점이란 없는 감독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에 출연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 라커룸(선수단)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문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꼬집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라커룸을 고쳐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맨유는 2023-2024시즌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14패째를 떠안은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패를 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했다.
지난 7일 크리스탈 팰리스에 0-4로 대패하면서 만들어진 13패가 그 기록. 더불어 13일 아스날을 홈으로 불러들여 0-1로 패배하며 이번 시즌 54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이는 1976-1977시즌 이후 47년 만에 기록한 최다 실점 기록이다. 다행히 뒤이어 치른 리그 최종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경기에서는 2-0으로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공격과 수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시즌이다. 리그 38경기에서 57골을 기록하고 58골을 실점하며 득실차 -1로 시즌을 마쳤다.
클린스만은 "매니저(감독)는 라커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하루 종일 라커룸에 들어가서 떠들지 않는다"라며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에겐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불거졌던 손흥민-이강인 간의 불화를 겨냥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마치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듯했다.
지난 2월 영국 매체 '더 선'은 "본지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스쿼드 일부 젊은 선수들은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활용되는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도 손흥민이 불만을 제기한 '젊은 선수' 중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더 선은 "말다툼 이후엔 손흥민의 손가락 탈구 부상으로 이어졌다"라고 알렸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강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하다. 공격에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PSG) 주전' 이강인이 있고 수비에는 세계 정상급 수비수 김민재가 버티고 있다. 이 선수들 이외에도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이번 시즌 최다 득점자 황희찬, VfB 슈투트가르트의 10번 정우영, FSV 마인츠 05의 이재성 등 유럽 무대 소속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 축구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와 함께 '클린스만호'의 분위기는 정말 좋아 보였다.
실제로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줄곧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다'라는 말을 해왔다. 지난해 조규성은 "선수단 분위기는 정말 좋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를 위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신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여론이 좋았던 감독님은 없었던 것 같다. 결과는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다. 감독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이 잘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대회 중에도 자신감 넘치는 말들이 오갔다. 지난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조현우는 "팀 분위기는 아주 좋다. 선수들은 지나간 일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다가오는 경기를 잘 준비했다"라고 말했고 말레이전이 끝난 뒤 김진수는 "당연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서 있는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팀 분위기도 좋고 긍정적으로 잘 준비했다"라며 "준결승까지 온 만큼,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꼭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더 선의 지난 보도로 대표팀 분위기 자체도 어수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동기부여 등 선수단 관리 능력에서 장점을 보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선수단 불화' 사건으로 리더십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들통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대화를 하든 훈련장에서 어떤 방식을 쓰든 필요한 걸 알아내야 한다. 그게 팀이다.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며 팀 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땐 선수들이 알아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클린스만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끄는 기간 내내 단 한 개의 장점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KFA)의 당시 선택에 다시 아쉬움이 남는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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