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개청] “NASA만 따라하면 안 된다…韓 사정에 맞는 곳 벤치마킹해야”

송복규 기자 2024. 5.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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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원로 제언 “영국·UAE 우주청의 정책 참고할 만”
미 NASA의 ‘저궤도 경제’ 프로젝트도 주목
우주항공청이 개청한 27일 오전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가 경남 사천시 사남면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우주항공청이 지난 27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출범 전부터 ‘한국판 나사(NASA·미항공우주국)’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학계 원로들은 무턱대고 나사만 따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기관이나 정책을 본받아 세밀한 우주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2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청은 국내 산업 기반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주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해외 사례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역임했고, 김 명예교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보다 한국의 우주 분야 예산이 적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나사의 내년도 예산안은 총 254억달러(34조6500억원)로, 한국 우주청 예산(7589억원)보다 45배 이상 많다. 한국 우주청 예산은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의 예산 2124억엔(1조8500억원)에 비해도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적은 예산으로 우주청이 경쟁력을 갖출 방법으로는 ‘돈 버는 우주’가 거론됐다. 김승조 명예교수는 “큰 세금을 쓰고 성과를 내는 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체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부가 우주청을 세운 주된 이유는 우주 경제로 새로운 기회를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효충 교수도 “강소 형태로 한국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져스텍의 초소형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대통령실

방효충 교수가 추천한 벤치마킹 대상은 영국우주국(UKSA)이다. 영국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다소 생소하지만, 실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우주 강국이다. 지금도 에어버스D&S와 써리위성기술(SSTL), 리액션엔진 같은 국제적인 입지를 다진 회사들이 영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매년 영국 우주산업에서 창출되는 가치는 164억파운드(28조5300억원) 수준이다.

방효충 교수는 “영국은 현재 전 세계 우주 시장에서 5%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특히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을 것”이라며 “영국 내 어디가 우주개발의 중심지인지 모를 만큼 클러스터(산업 집적지)를 유기적으로 잘 구성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예산이나 지리가 한국과 상황이 굉장히 비슷하고, 전략이 한국의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발한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조선DB

김승조 교수는 독자적인 체제를 갖추되 각국에서 참고할만한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나사의 경우 저궤도(LEO)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블루 오리진과 노스롭 그루먼,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기업 7곳을 지원하고 있다. 고도 2000㎞까지인 저궤도는 지구 관측 위성들이 활동하는 영역이어서 우주 데이터 서비스의 주요 무대로 떠올랐다. 이런 추세에 맞춰 민간 기업이 저궤도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우주청의 화성 탐사선인 ‘아말’ 프로젝트도 참고할 만하다고 김승조 교수는 강조했다. UAE 우주청은 큰 예산을 투입해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미국 콜로라도대, 캘리포니아대, 애리조나 주립대와 함께 화성 탐사선을 만들었다. 이렇게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인 덕분에 UAE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을 탐사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UAE 우주청이 미국 대학들에 과제를 주고 비교적 싼 비용으로 화성 탐사선을 성공시킨 건 참고할만한 사례”라며 “형식적인 기술을 지원하기보다는 우주 경제에 필요한 경제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각국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 청장도 처음부터 나사를 따라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우주청을 키우는 전략을 제시했다. 윤 청장은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일단 나사보다는 일본이나 인도 우주기구 같은 모델”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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