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내 탓”… 현장체험학습, 교사는 괴로워
교원단체·노조 “관련 법·제도 등 정비를”...교육청 “의견 취합해 교육부와 지원 협의”
#1. 성남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갔다가 묵었던 숙소 주인으로부터 학생들이 흡연 후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숙소 일부가 불에 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학생을 대신해 숙소 측에 사죄의 뜻을 밝히고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2. 양주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 교사는 수학여행에서 한 남학생이 뛰다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 학생의 치료비를 부담했다. 하지만 이후 학부모는 B 교사가 해당 학생에게 수 차례 주의를 줬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음에도 관리 부족을 지적하며 치료비 지급을 거절했다.
양주 주원초 교사들이 예정된 현장체험학습 인솔을 거부하고 이에 반발한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가운데 경기도내 교사들의 인솔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참여 학생에 대한 안전 대책과 비교해 인솔 교사 안전, 보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해 교사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 때문인데, 봄철 현장체험학습 본격화에 맞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봄철 현장체험학습을 예고한 학교는 105개교(초 24개교, 중 41개교, 고 40개교)다.
각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2024 현장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에 따라 ▲학생 대상 사전 안전 교육 ▲유사 시 현지 응급 기관 즉시 구조 요청 ▲활동 도중 사고 발생 시 병원비 등 선지급 등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인솔 교사에 대한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나 교사 안전 대책은 명시돼 있지 않아 각종 부당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C 교사는 “인솔 교사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크고 작은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고된 일정에 책임만 많은 현장체험학습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미 교사들 사이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인솔 거부 움직임이 이는 분위기다. 김희정 경기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주원초 사건 이후 학교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 취소 또는 연기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며 “과거 현장체험학습에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의 제보도 하나둘씩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초등교사노동조합과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3일 도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의 수정과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 교수는 “매뉴얼을 비롯한 현 제도는 사고 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일선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교사 책임의 기준을 확실히 정함과 동시에 보호 대책도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단체를 비롯한 교사들,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교육부와 협의해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 지원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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