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며 아쉬워하다가도 “죽었다”며 으름장 놓은 오재일에게…삼성 원태인 “청백전 때 삼진 아웃 잡아 본 기억으로”[스경X현장]

김하진 기자 2024. 5.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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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하는 삼성 원태인. 대구 | 김하진 기자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에서 열린 삼성과 키움의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 종료 직후 삼성과 KT의 트레이드 사실이 공식 발표됐다. 트레이드 대상은 오재일이었다. 박병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오재일은 KT로 가게 됐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있던 오재일은 대타로 9회 투입돼 홈런을 쏘아올렸다. 2-4로 뒤처져있던 상황에서 오재일은 오재일은 키움 마무리 주승우의 초구 직구를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경기 후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재일은 삼성과 4년 최대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구를 떠나게 됐다. 삼성 선수단과도 정이 많이 들었기에 아쉬웠다.

다음날인 29일 삼성 선수단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전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끝나고 같이 고기를 먹으러 갔다”라며 “다음날 단체 채팅방에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했다. 삼성 선수로서 영광이었다’라고 인사를 남겼다”고 전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구자욱은 “재일이 형이 눈시울이 붉혀졌었다. 함께한 추억이 많았다. 더그아웃에서도 잘 챙겨줬다”라며 “타격감이 오르고 있었는데 아쉽다. KT에서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오재일은 차마 눈물이 날거 같아서 삼성 선수단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은 으름장을 놓았다. 바로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이었다. 오재일은 원태인에게 “원태인, 너는 죽었다”라며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겠다”라고 했다.

오재일은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원태인 킬러였다. 갓 프로 무대에 입문한 원태인에게 1군 벽을 실감하게 한 선배다. 두산에 있을 때 2020시즌까지 원태인을 상대로 원태인을 상대로 타율 0.615 5홈런 15타점 등으로 강했다. 때문에 오재일이 삼성으로 왔을 때 원태인은 “평균자책이 0.5는 내려갈 것 같다”고 반기기도 했다.

원태인으로서는 자신에게 조언을 많이 해 준 선배가 떠나가서 더 아쉬웠다. 그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겠다고 하셔서 바로 내 선발 로테이션을 찾아봤다. 한 달 뒤쯤에 제가 만나더라. 수원에서 만나는건 좀 다행인데 벌써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6월28일부터 30일까지 수원구장에서 KT와 맞대결을 펼친다. 로테이션을 그대로 소화하면 원태인은 수원에서 오재일을 마주한다.

28일 대구 키움전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도 오재일이 처음 삼성에 왔을 때보다 더 성장했다. 이제는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똑같이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때 한 번 삼진을 잡아본 기억이 있어서 그 자신감으로 승부를 해보겠다“고 했다. 당시 오재일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구종도 다 기억하고 있다. 원태인은 ”똑같이 던져보겠다“고 했다.

오재일은 타자 입장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원태인은 ”커터를 다시 장착하게 된 이유도 비록 재일이형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커터 너무 좋았는데 왜 안 쓰냐’라고 한게 시작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다시 커터를 좀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상대 팀 선수로서 봤던 걸 우리 팀에 와서 많이 이야기를 해줬다. 덕분에 저도 많이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도움 받은 것도 있지만 이제는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사이가 됐다. 원태인은 ”저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을 해서 더 무서운 타자가 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처음 오재일의 소식을 듣고 울컥했다던 원태인은 ”조금 당황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합류한 선배 박병호도 반겼다. 원태인은 ”워낙 수비를 잘 하시는 분이다. 나는 1,2루수간 빠져나가는 타구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병호 선배도 무서운 타자라서 우리 타선에도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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