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퀀트에서 진화한 AI 투자…시간 절감·효율성 극대화”
씨티·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IB 출신의 퀀트 투자 대가
6월 19일 디지털금융포럼 기조 연설 참석
“올해 고금리 국면을 맞아 투자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생성형 AI 분야로 대부분 투자가 집중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거시경제(매크로, Macro)에 기반해 주식과 채권, 외환,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군에 걸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CEO 겸 CIO)는 IT조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AI와 관련한 투자 상황에 대해 묻자 이같이 설명했다.
파생상품 전문가이면서 퀀트(Quantitative, 계량화)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출시, 운용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이기도 한 쿠마르 대표는 “AI(인공지능)를 퀀트 투자 방식에 접목하면 구조화되지 않은 텍스트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며 AI를 활용한 투자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임을 강조했다.
투자 분야에서 AI 접목이 가져올 가장 큰 장점으로는 속도와 효율성,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을 꼽았다. 복잡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데이터 처리의 정확성을 극대화할 거란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결과 도출에 있어 인간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쿠마르 대표는 20년 전 대학원생 때 머신 러닝을 접한 이후, 이를 투자에 활용해 보고자 마음 먹었다. 그의 대학원 스승인 존 무디(John Moody) 오레곤 대학원(Oregon Graduate Institute) 교수는 금융에 적용되는 ‘강화형 기계 학습’의 선구자였다. 당시 데이터나 컴퓨터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머신 러닝 모델을 배우고 금융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쿠마르 대표는 “시티은행의 파생상품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고객을 위한 흥미로운 헤지 및 투자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다양한 파생상품 개발에 기여했다”면서 “그 후 시장에서 체계적인 거래 전략 개발에 주력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바클레이즈 캐피탈에서도 상당한 자산 운용 규모(AUM)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형 헤지 펀드인 오메가 어드바이저스(Omega Advisors)와 MKP 캐피탈(Capital)에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했다.
그가 투자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했기 때문이다. ‘계량적 투자 방식’인 퀀트 투자에 AI를 활용한 것인데,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필승 투자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익숙한 용어인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매출액비율(PSR), 주가현금흐름비율(PCR) 등 숫자로 된 지표를 포함한 모든 정형 및 비정형데이터가 퀀트의 분석 대상이다.
쿠마르 대표는 “지금의 AI 물결은 퀀트 투자 방식의 다음 진화 단계”라면서 “강화형 기계 학습은 챗GPT 유형 모델을 만드는데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AI를 활용하는 투자를 결정 도구를 만드는데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퀀트 투자에 AI를 접목했을 때 감성 분석을 포함한 텍스트 테이터 정보 요약과 검색, 수작업 과정의 자동화, 인간 오류 최소화, 연구를 자동화하고 투자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에이전트 기반 도구로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시장에서 계량화 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는 퀀트 방식으로 소비됐다”면서 “새로운 생성형 AI가 구조화 되지 않은 텍스트 데이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대신 하반기는 미국보다는 아시아 증시가 조금 나을 거라 내다봤다.
그는 “미국 주식은 평가액과 잠재적인 수익 둔화 가능성 때문에 신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 홍콩 및 일본 주식 시장의 일부를 포함한 아시아 해외 주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엔 에너지 문제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봤다. 생성형AI를 투자에 접목하면서 많은 데이터 센터가 필요해지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전력 에너지가 필요해서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높은 금기가 유지되면서 투자 유치가 어려웠지만 올해 일어난 대부분 벤처 투자는 생성형 AI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GPU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약 40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자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수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가치 평가가 어렵다고 전했다. 쿠마르 대표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나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들 거래는 유동성 거래라고 생각하며 대규모 경제 침체나 둔화가 발생하고 중앙은행이 시스템에 많은 유동성을 제공할 때 이러한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0년간 투자 업계에 몸담아 온 쿠마르는 미국 뉴욕의 구스 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Goose Hollow Capital Management)의 창업자로 본인을 CEO보다 CIO로 소개하는 걸 즐긴다. 최근 미국에선 인도 출신의 AI 전문 CEO들이 대거 등장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이 대표적이다. 쿠마르 대표 역시 인도계 CEO로 AI를 기반으로 한 투자 시장에서 굳건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크리슈나 쿠마르 대표는 내달 19일 IT조선이 주최하는 ‘2024디지털금융포럼’에서 ‘AI가 바꿀 투자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AI를 활용한 투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생성형 AI로 촉발되는 전력에너지 수요 증가와 해결책 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는 AI를 활용하는 인간은 AI를 활용하지 않은 인간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은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하지만 AI는 잠재적으로 사무직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Krishna Kumar 대표는
2020년 구스 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2021년부터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 통화 시장 등 다양한 부문을 통해 나타나는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이에 앞서 씨티(CItigrou)그룹 바이스 프레지턴드(Vice President), 바클레이 캐피탈(Barclay Capital) 디렉터, 오메가(Omega Advisors) 포트폴리오 매니저, MKP 캐피탈(MKP Capital)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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