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2조원대…삼·현·기, 배당 삼국지
현대차·기아, 수출 호조 속 48.8% 늘려…‘동결’ 삼성전자 맹추격
코스피 18.7% 올랐지만 유가증권시장 배당 총액 4.2% 증가 그쳐
지난해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을 가장 많이 한 국내 상장법인은 삼성전자였다. 업종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 업종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 현대차와 기아의 현금 배당금만 4조4000억원을 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배당을 늘렸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배당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이 29일 발표한 ‘2023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배당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배당금 총액(분기·중간·주식 배당 제외)은 전년 대비 3.3%(9429억원) 증가한 29조4711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을 실시한 회사는 전년 대비 16곳 증가한 1186개사였다.
다만 배당금 규모는 유동성을 타고 증시가 고점을 찍었던 2021년(30조5630억원)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법인(575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27조47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지만, 코스닥시장 법인(611개사)은 같은 기간 7.5% 줄어든 1조992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배당 지급 여력이 축소된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 결산법인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지만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 감소했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의 현금 배당 총액 증가율(4.2%)도 지난해 코스피 주가지수가 18.7%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 업종의 배당금 지급 총액이 4조40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주회사(3조7384억원), 반도체 제조업(3조370억원)이 뒤를 이었다.
주주에게 가장 많이 배당한 기업은 2조4530억원을 지급한 시총 1위 삼성전자였고, 현대차(2조2129억원)와 기아(2조1942억원)도 각각 2조원 넘게 배당하며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로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배당금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배당액을 전년보다 48.8%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침체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처졌지만 현대차·기아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주주에 대한 배당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 중 배당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은 리노공업(455억원), SM엔터테인먼트(281억원), 골프존(276억원) 순이었다. 2022년 에코프로비엠(439억원)은 코스닥 상장사 중 두 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에는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2차전지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코스닥시장 배당액 상위 10개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배당금을 가장 많이 가져간 주주 유형은 국내 법인(38.4%)이었고 외국인(31.7%), 국내 개인(29.9%)이 뒤를 이었다. 국내 개인 주주 중에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50~60대가 개인 배당금 지급액의 절반을 넘는 57.3%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인 20~30대가 받아간 배당금은 6.4%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50대(32.1%), 60대(25.2%), 70대 이상(19.9%) 순으로 배당금 수령 비중이 높았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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