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전 기사회생한 디펜딩챔피언 시비옹테크, "관중 여러분 제발!"
프랑스오픈에서만 3회 우승하며 올해 여자단식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 받는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탈락 위기를 극복하며 극적으로 3회전에 올랐다. 3세트 2-5 상황을 7-5로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시비옹테크는 경기 후 이어진 온코트인터뷰에서 랠리를 방해하는 프랑스 관중들을 향해 "제발(Please)"을 연발하며 거의 울먹이며 호소했다.
시비옹테크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 필립샤틀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4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 134위)를 7-6(1) 1-6 7-5로 제압했다. 3세트 매치였음에도 경기 시간은 2시간 57분이나 걸릴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프랑스오픈 시비옹테크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공격력보다는 그라운드 랠리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스타일인 시비옹테크인데, 이날 경기에서는 32개나 언포스드에러를 범했다. 첫 서브 성공율이 60%에 그쳤고, 에이스는 아예 없을 정도로 서브권 상황에서 공격 전개를 마음껏 풀어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오사카의 경기력이 출산 복귀 이후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하드코트 그랜드슬램(호주오픈, US오픈)에서만 타이틀이 있고 클레이코트에서는 전성기 시절에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던 오사카인데, 이날 경기에서는 54개의 위너를 터뜨리며 시비옹테크를 공격으로 압도했다. 서브권자의 득점 빈도가 훨씬 높은 1~4 샷의 짧은 랠리 득점 분포에서는 오사카가 75포인트로 54포인트에 그친 시비옹테크에 비해 월등히 앞설 정도였다. 32분만에 6-1로 제압한 2세트는 백미였다.
시비옹테크는 3세트 본인의 첫 서브 게임마저 내주며 1-4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이어진 게임은 4번의 듀스 끝에 겨우 지켜냈지만(2-4), 다음 게음은 러브게임으로 완전히 내줬다(2-5). 1점만 더 내주면 경기에서 패하는 상황까지 처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비옹테크의 역전쇼가 시작됐다. 본인의 서브게임은 어떻게든 지켜내면서 기어코 오사카의 서브게임을 잡아냈다. 오사카는 5-3 상황에서 매치포인트까지 먼저 잡았으나, 여기서 언포스드에러가 계속 나오면서 대어를 낚는데 실패했다.
오사카에 쏠려 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시비옹테크의 것으로 변했다. 11번째 게임마저 시비옹테크가 브레이크하며 6-5가 되는 순간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12번째 게임은 3분, 순식간에 시비옹테크가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경기는 유독 관중들의 소음 공해가 심했던 경기였다. 평상시 관전 문화가 가장 시끄럽기로 유명한 프랑스 관중들인데, 이날 경기는 랠리 중에도 의도적인 소음 방해가 종종 나왔다. 더군다나 지붕이 닫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소음 공작은 유독 크게 들렸다. 경기 후 시비옹테크는 관중들의 응원 문화에 대해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제발"을 연발하며 응원 문화의 개선을 촉구했다. 관중들에게 싫은 소리 잘 안하는 시비옹테크인데 평상시와는 달리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만큼 시비옹테크는 집중력 유지에 애를 먹었다는 소리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래는 시비옹테크의 온코트인터뷰 전문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합니다. 나는 관중 여러분을 매우 존경하며 우리가 여러분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엔터테인먼트이고 우리도 당신 덕분에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랠리 도중이나 리턴 직전에 소리를 지르면 큰 압박감에 사로잡혀 집중하기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보통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의 영역에서만 집중하는 유형의 플레이어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심각한 일입니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평생을 싸우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위험은 큽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듭니다. 몇 가지 점은 많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랠리 중이 아닌 랠리 사이사이에 우리를 응원해 주면 정말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 관중들은 본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몇몇 선수들에게 야유할 수도 있기를 알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여전히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나는 여기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I am sorry to bring this up. I have huge respect for you guys and I know we are playing for you. This is entertainment and we are also making money because of you.
“But sometimes under a lot of pressure when you scream something during the rally or right before the return, it’s really, really hard to be focused. I usually don’t bring this up because I want to be this kind of player that is in the zone and really focused.
“This is serious for us, we are fighting our whole lives to be better and better. Sometimes it’s hard to accept that. The stakes are big. There is a lot of money to win. The few points may change a lot.
“So please guys, if you can support us between the rallies not during that would be really, really amazing. I hope you are still going to like me because the French crowd might get some players that they don’t like and boo. I love you guys. I love playing here - let’s continue that.”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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