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두 자릿수… 신흥국 채권 투자 열풍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흥국 채권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높고, 강(强)달러로 인한 신흥국 통화 약세 상황이라,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국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자 수익이다. 둘째,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파는 자본 차익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르기 때문에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향후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이 있다. 미국 투자회사인 GMO는 “현재 신흥국 채권 투자는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한 세대에 한 번 올 만한 기회”라고 했다.
◇2조원 넘게 몰린 브라질 채권
국내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신흥국 채권은 브라질 채권이다. 현재 브라질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연 11.8%다. 기준금리는 연 10.5%인데,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자본 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
특히, 브라질 채권은 우리 정부와 맺은 조세 협약 때문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작년 초 투자했다면 브라질 채권의 수익률은 37.3%에 달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KB 등 5대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865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626억원)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판매액은 1조4882억원이었다.
브라질 등 신흥국 국채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전통적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가에선 “신흥국 채권은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투자”라고도 한다. 하지만 올 들어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됐다. 실제 KB증권의 1분기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2014억원으로 전년보다 165%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국채 판매액은 2218억원으로 34% 느는 데 그쳤다.
◇금리 인하 기대 여전히 높아
NH투자증권은 28일 낸 ‘하반기 신흥국 채권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신흥국 채권 투자 환경은 나쁘지 않을 전망”이라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예상을 웃도는 모습이고, 달러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신흥국 채권에 원화로 투자했을 경우 예상 금리 전망과 환율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원화로 따진 기대 수익률은 브라질(23.7%), 남아공(16.0%), 튀르키예(13.9%), 멕시코(11.7%) 등이 10%가 넘는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신흥국들의 금리 수준이 높은 만큼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채권은 초고위험 채권”
신흥국 채권 투자에 몰리는 건 한국만은 아니다. 미국·유럽 등에선 더 위험한 정크 본드(junk bond, 고위험·고수익 채권) 투자 열풍까지 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 “신흥국들이 발행한 정크 본드가 올해 국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석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구리 생산국인 잠비아 등 최빈국들의 국채 수익률을 상승시켰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스리랑카, 가나, 잠비아 등도 올해 두 자릿수의 국채 수익률을 기록했다. 폴 그리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매니저는 “신흥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덜 취약해지고 있다”며 “상당 부분은 국내 정책 개혁과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흥국 채권이란 ‘초고위험 상품’인 만큼 주의해야 할 것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먼저 금리다. 만약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의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신흥국 채권의 자본 차익 등은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정세 영향도 많이 받는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정세는 미 대선 결과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과 동유럽 정세, 악화되는 양안 관계 등 많은 변동 상황이 있고, 신흥국 채권과 환율은 여기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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