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문제 국민에게 설명할 때다
작년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당일인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던 통화 기록이 공개됐다. 그날 오전 수사단은 해병대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보냈는데 국방부가 오후 7시 20분쯤 기록을 회수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통화는 그 중간에 이뤄진 것이다. 두 사람은 8월 8일에도 통화했다. 하루 뒤인 9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 수사를 재검토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에 개입한 것이라며 ‘위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직권남용’인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직권남용은 애매한 규정이다.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군 부서의 업무를 질책하거나 번복 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은 애초에 수사권이 없어 이들의 수사는 법적 권한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군내 사망 사건은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견해에 반대하는 판단도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일선 부대 최고 지휘관인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무리한 조사 결과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 수사와 그 이후의 검찰 수사에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었는데 이미 경찰에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는 바람에 불씨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총선 직전에 출국시켜 불을 더 키웠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밀어붙인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이 특검법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이 22대 국회의 거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으니 못할 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어떤 생각이었고 무슨 조치를 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면 이에 동의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 시기를 놓치면 각종 억측이 꼬리를 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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