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정책 전환, 포퓰리즘 탈피하면 진정성 평가받을 것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주장을 일부 후퇴해 “보편 지원이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요구했다. 연금 개혁안 수용에 이은 결정으로 수권 정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던 종부세 완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의도가 어떻든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낡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일부 정책에서 현실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1인당 25만원씩 총 13조원을 주자는 주장은 처음부터 민생 정책이 아니라 총선용 매표 공약이었다. 세계에 고물가와 고금리라고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린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역사에도 없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큰 재미를 본 민주당이 그 후에도 현금 살포를 선거 정치 전략으로 애용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소득 보전과 소비 회복을 통한 경기 부양을 정책 근거로 내세웠지만 현재 경제는 수출 호조로 성장세를 회복해 가는 국면에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렸다. 고물가 상황에서 13조원 현금이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민생 지원은 취약 계층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도 일회성 현금 살포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합리적 정책 정당으로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민주당 일각의 종부세 개편 혹은 폐지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밖에 없는 ‘정치 세금’이다. 재산세에 이어 또 세금을 물리는 이중 과세인 데다, 최고 세율이 5%에 달해 징벌적 성격을 띠었다.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보유세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종부세를 개편할 뜻이 있다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세계 최고의 상속세, 배당소득세 등 다른 세제에 대한 수술 방안도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도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 사안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교통정리도 시급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민생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 국민 25만원’을 대체할 민생 대책을 논의하고 세제개혁 특위도 만들어 종부세, 상속세, 배당소득세, 금투세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강구했으면 한다. 21대 국회가 저버린 연금 개혁, 반도체지원법, 방폐장법, 저출생극복법 등도 즉시 재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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