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쿠오바디스, 삼성
노조는 비상 상황에 파업 선언
초유 위기의 삼성 현주소
'만연한 현실안주' 비판 새기며
위기 때 빛난 삼성 정신 되찾아야
시간은 삼성편 아니다
윤성민 논설위원
삼성전자에 초유의 일들이 화불단행(禍不單行) 격으로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2년 새 사건만 봐도 2022년 3월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성능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 1885명이 집단소송을 냈다. 그 첫 재판이 다음달 열린다. 삼성이 품질 문제로 이처럼 대규모 저항에 직면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
그즈음 엔비디아가 발주한 데이터센터용 핵심 칩과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파운드리 일감을 연거푸 대만 TSMC에 빼앗겼다. 공정 경쟁력 지표인 수율에서 두 배나 차이가 난 게 결정적이다. 현재 두 회사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50%포인트로 벌어졌다.
2023년에는 연간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형성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사업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급기야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노조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유명 밴드와 개그맨을 불러 공연까지 한 통에 참가 인원이 1000명에 육박했다. 그리고 어제 사상 첫 파업 선언을 했다.
우리가 알던 초격차 기술력과 빈틈없는 조직력의 세계 일류 기업 삼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이다. 품질 문제로 소비자와 고객사의 불신을 사고, 그 여파로 경쟁에서 뒤처지며, 직원들은 자기 몫 주장에 급급한 그저 그런 기업의 풍경이다. 신화가 벗겨지니 안팎에서 위기의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삼성의 현재 반도체 위상을 들여다보면 30년 메모리 초격차 리더로서 열패감과 수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23조1400억원 매출에 1조9100억원 영업이익, SK하이닉스는 12조4296억원 매출에 2조886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삼성의 생산 캐파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월등히 큰데 수익은 반대로 SK하이닉스가 훨씬 많다. 이유는 잘 아는 대로 고가의 인공지능(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있다.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4세대 이상 HBM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알짜 고깃집이라면, 삼성은 덩치만 큰 분식집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부터 들려온다. 현재 시험 중인 제품은 올 하반기 엔비디아의 GPU 최신 제품에 들어갈 것인데, 만일 삼성이 엔비디아 납품을 성사하지 못한다면 시쳇말로 ‘내년 장사도 다 한’ 셈이다.
삼성의 HBM 실기 과정을 보면 1등 기업의 쇠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과 닮은꼴이어서 불안하다. 삼성은 AI산업 생태계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2019년 HBM 팀을 해체했다. D램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굳이 라인을 희생하는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불투명한 HBM에 투자할 필요를 못 느꼈을 터다. 현실 안주와 시장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려는 확증 편향성은 격변기 1등 기업의 최대 리스크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전환을 외면한 노키아, PC에서 모바일로의 변화를 경시한 인텔이 반면교사다. 일본 반도체산업의 몰락에도 과잉 기술에 대한 자아도취가 있었다.
AI의 팽창성을 감안할 때 삼성에 기회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삼성 정신의 회복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은 “끊임없는 위기의식” 한마디로 요약된다. 빨라도 2년 정도로 예상되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안 그러면 파산할 것 같아서”다. 그 절박감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최대 힘이다. 지행 33훈이 있지만, 요체는 위기의식-미래 통찰-변화 선도-업의 개념-기회 선점-1등 전략 이렇게 6훈까지다.
한국 사회는 묻고 있다. “삼성,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궁극적 변명거리는 되지 못한다. 경영진은 눈앞의 단기 실적만 좇으면서 미래 투자를 방기하는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워라밸’만 좇는 것 같은 MZ 직원들도 비전에 목말라 있다. 엔비디아-TSMC로 연결된 대만계의 견제가 있다면, 초격차를 이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다. 시간은 삼성 편은 아닌 것 같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月 30만원 내면 놀고 먹어요"…양로원 가는 2030 청년들
- 작년 여름 난리났던 다이소 '품절템'…드디어 또 나왔다
- "증시 대폭락 온다" 무서운 경고…'힌덴부르크 징조' 뭐길래
- "화장실도 못 가고 죽겠다"…한양대 에리카 축제 난리 난 상황
- "오히려 1200만원 받고 집 샀어요" 기막한 상황
- 주제 파악 못한 임영웅? "티켓 남아돌 줄 알았는데…"
- "버닝썬 루머 솔직히…" 고준희 '고백'
- 이천수 아내 "원희룡 캠프 합류 때 심정이…"
- 변우석 인기 어디까지…스크린 데뷔작 '소울메이트'까지 '끌올'
- 74세 '손예진 드레스' 디자이너의 근황…"자기 관리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