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나라 망치는 ‘25만원 아편’, 차등 지원도 마찬가지다

김창균 논설주간 2024. 5. 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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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되면 하늘서 돈다발
환각 노린 대선 매표 전략
중국 국민 중독시켜 잇속 챙긴
아편전쟁 英 횡포와 닮은꼴
푼돈 바라는 국민 정신 타락
70% 지원도 금단 현상 남겨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유튜버 개그맨 김영민 씨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추진 중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회복 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원하라는 요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총선 공약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13조원을 풀자”고 제안한 이후 고집해 온 전 국민 지원에서 차등 지원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대표는 지원금 25만원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1인당 25만원, 가구당 100만원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한다. 무식한 양반들아”라고 했다. “코로나 때 이미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가구당 10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갑자기 6개월 동안 활황을 겪었다”고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 1차 재난지원금 14조원중 소비에 쓰인 돈은 30%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국책 연구소의 분석 결과다. 승수효과가 미미했다는 뜻이다. 이재명 지사시절 경기도는 코로나 지원금을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급해 가구당 120만원이 돌아갔다. 당시 혜택을 받은 경기도 주민은 “동네 고깃집에 한동안 손님이 바글바글했는데 얼마 후 가보니 문을 닫았더라. 지원금 효과가 반짝하고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지원금이 불가피했던 경기 침체 국면이 아니다. 현금 살포는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물가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KDI 출신 윤희숙 전 의원은 “이 대표의 25만원 지원 주장은 경제에 진짜 무식하거나, 무식한 척하면서 다른 잇속을 차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다른 잇속의 정체는 국민의힘 수도권 낙선자들의 넋두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 출마했던 후보는 “야당도 25만원 준다는데 여당은 30만원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들끼리 해먹느라 국민 줄 돈은 없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인천에 나섰던 후보도 “일자리·교육 같은 정책 공약은 25만원 포퓰리즘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느낌”이라고 했다.

현금 살포에 대한 전체 국민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추가 재난지원금도, 이번 지원금 25만원도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그럼에도 ‘공돈’에 혹하는 유권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대표는 그들을 겨냥한 현금 살포의 중독 효과를 믿는다. 푼돈이라도 꾸준히 나눠 주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공중에서 현금이 뿌려질 것”이라는 환각 집단을 만들 수 있다. 0.73%p 차로 갈리는 대선에서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뿌려졌다가 증발해 버리는 수십조 원에 나라가 얼마나 멍드는지는 뒷전이다.

아편전쟁은 영국이 자국민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부끄러운 역사다. 19세기 초·중반 청나라 차(茶) 수입 급증으로 골치를 앓던 영국은 아편 판매로 무역 적자를 벌충하기로 한다. 공세적 마케팅으로 아편 중독 확산에 성공하면서 청나라 전체 수입 물품중 아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당시 아편에 찌든 청나라 국민들의 참상을 고발하는 사진들이 남아 있다.

청 황제가 아편 문제를 해결하라고 임명한 흠차대신 린쩌쉬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영국은 중국과 교역해 얻은 이익의 대가로 중국을 해칠 아편을 강요한다”면서 “하늘이 영국인 가슴에 심어 놓은 양심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장차 영국 총리가 될 31세의 하원 의원 글래드스턴은 의회에서 아편전쟁 개전이 271 대 262, 9표 차로 가결되자 “영국의 양심의 무게가 고작 262표밖에 안 되느냐”고 탄식했다.

이재명 대표가 30년, 40년 후 미래 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지울 연금 제도 개혁에 나선 데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포푤리즘’ 저격수 윤희숙 전 의원조차 “이 대표가 굉장히 프레지덴셜(대통령스럽게)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5만원 지원 대상에 유연성을 보인 것도 이런 이미지 확산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단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현행 연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후손 삥 뜯기’라는 지적을 받는 ‘25만원 아편’ 살포 자체를 포기해야 옳다.

현금 25만원을 전 국민 대신 70%에게 뿌려본들 달라지는 건 낭비되는 세금이 일시적으로 13조원에서 9조원으로 줄어든다는 점뿐이다. 한번 맛들인 눈먼 돈에 대한 갈증은 끊임없는 금단 현상을 부르기 마련이다. 먼 훗날 25만원 아편으로 나라를 황폐화시킨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양심을 따져 묻는 역사의 심판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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