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성수행 서시(序詩) 열차

남궁창성 2024. 5.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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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후배 결혼식에 다녀왔다.

1호선 신설동역에서 2호선 성수역으로 가는 열차를 이용했다.

제목이 없었으나 시집 첫 부분에 자리하며 서시(序詩)라는 이름을 얻었다.

군자의 즐거움 중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다(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는 구절은 서시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과 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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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후배 결혼식에 다녀왔다. 1호선 신설동역에서 2호선 성수역으로 가는 열차를 이용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안전문에 새겨진 시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1917~1945년)가 짧은 생을 다하기 4년 전 썼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렸다. 제목이 없었으나 시집 첫 부분에 자리하며 서시(序詩)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인의 삶과 가치관을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상(上)에 전해진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다.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다음이다. 그리고 영재를 얻어 교육시키는 것이 셋째다. 군자의 즐거움 중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다(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는 구절은 서시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과 서로 통한다.

부끄러움을 뜻하는 한자는 여럿이다. 괴(愧), 작(怍), 치(恥), 참(慙). 모두 ‘부끄부끄’하다는 의미다. 공통의 뿌리는 모두 마음 심(心)이다. 부끄러움은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혜환 이용휴(1708~1782년) 선생이 쓴 치헌기(恥軒記)가 있다. 아는 이가 집을 짓고 편액을 청했다. 나서기보다 늘 물러서고 자랑하기보다 늘 부끄러워 하는 사람이었다. 부끄러움을 가까이 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멀리 할 수 있다는 이치를 터득한 군자였다. 그래서 ‘부끄러운 집(恥軒)’이라는 당호를 지어주고 기문을 써준 것이다.

그나저나 후안무치와 파렴치가 우위를 다투는 세상에 맹자 타령은 무슨 잠꼬대요, 윤동주 서시가 가당하기나 할까?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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