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의 미덕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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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양극화가 문제 되는 것은 경쟁하는 정당들 간에 실재하는 이념적·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정당 엘리트와 지지자들 사이의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 경쟁자들을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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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양극화가 문제 되는 것은 경쟁하는 정당들 간에 실재하는 이념적·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정당 엘리트와 지지자들 사이의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념적·정서적 양극화로 인해 타협과 조정, 심지어 소통 자체가 막혀버리는 데 있다. 나아가 상대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없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 상대편이 정권을 잡고 있을 경우 그들이 국정운영에 실패해야 자기편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대편과 협력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의회에서 입법교착 상태를 유발해 정치과정을 마비시키고 민주적 거버넌스의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오늘날 도처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수축사회를 돌파하기 위한 난제들, 고물가·고금리 위협, 주요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벼랑에 몰린 자영업·소상공인 문제 등 국내외 파고가 너무나 거세다. 일치단결해 힘을 합치지 못하면 다시 한번 조선처럼 망국의 길로 갈 수도 있다. 22대 국회는 국가차원에서 미래로 도약하느냐, 퇴행의 늪으로 빠지고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독일 통일의 씨앗을 뿌린 빌리 브란트는 온갖 반대에도 불구, 1966년 기민당과의 대연정을 성공시켰다. 나치에 대항해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인 그가 장교로 나치에 부역한 바 있는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의 기민당과 대연정을 앞두고 ‘키징거와 내가 같은 정부에서 일하면 우리 민족이 화합하고 성장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9년 총리로 취임한 브란트는 동· 서유럽의 데탕트인 동방정책과 국내적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내걸고 새 시대를 열었다.
독일에서 연정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정치로, 영원한 라이벌인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에서부터 다양한 정당 간의 연정으로 이어졌다.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통합의 정치를 이끌기 위해서는 연정에 버금가는 대타협 정치를 열어야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마치 브란트가 미국과 소련이 만든 냉전을 허물고 동서유럽의 교류와 통일 독일을 이끈 것처럼 오늘날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이끌기 위해서는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 경쟁자들을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적 자제’라는 규범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말한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거칠게 상대를 밀어붙이는 태도를 지양하라는 것이다.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갈등 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극단주의, 대결주의, 분열주의 정치로부터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에 기초한 ‘너그러움의 정치’를 기대한다. 상극의 정치를 지양하고 상생의 너그러운 정치를 할 때 '민생', '통합', '미래'가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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