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36] 군주의 아홉 가지 유형(九主)
은나라를 세운 탕왕이 이윤을 찾아가 함께 재상으로 모시려 하니 이윤은 아홉 가지 유형의 임금 이야기를 한 다음에 탕왕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는 훗날 군주 유형론으로 자리 잡았다.
첫째가 법군(法君)이다. 법을 매우 엄격하게 쓰는 임금을 가리키니 진시황이 여기에 속한다 하겠다. 둘째가 노군(勞君)이니 천하를 위해 부지런히 노고를 다했던 임금이다. 우리 역사 속 세종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등군(等君)이다. 등(等)이란 ‘공평하다[平]’는 뜻이니 등급과 위엄을 정하면서 녹상(祿賞)을 고르게 하는 임금을 가리킨다. 넷째 수군(授君)이란 임금이 스스로 다스릴 능력이 없어 정사를 신하에게 맡긴 경우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단종이 김종서에게 정사를 맡긴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체로 이런 경우 임금의 말로는 불행하다.
다섯째 전군(專君)이란 자기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해 뛰어난 신하들에게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 임금이다. 예를 들면 한나라 선제(宣帝)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 역사에서는 숙종이 이에 가까운 임금이었다. 여섯째 파군(破君)은 상대를 가벼이 여기다가 외적을 불러들이는 임금으로 나라는 멸망하고 임금은 죽게 되는 유형이다. 오초칠국의 난을 일으킨 오나라 유비(劉濞)와 초나라 유무(劉茂)가 이에 해당하고 우리 역사에서는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인조가 이에 가까웠다 할 것이다.
일곱째 기군(寄君)이란 아래로 백성들을 힘들게 하면서 위로 자기는 교만을 부리는 임금이다. 역사 속 대부분 임금은 이에 해당한다. 여덟째는 국군(國君)이라 하는데 고군(固君)의 잘못으로 본다. 성곽을 완비하고 군대를 튼튼히 했으나 임금다움은 닦지 않는 유형이다. 끝으로 삼세사군(三歲社君)이란 포대기에 싸인 채 사직을 주관하는 것으로 적어도 우리 역사에는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제왕 유형학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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