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4] If you stick your head out you make yourself a target
갑자기 몸이 붕 뜨더니 하늘로 서서히 올라가는 소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아빠를 향해 다급하게 외친다. “아빠, 도와줘!” 하지만 아무리 크게 외쳐도 코앞에 있는 아빠 폴은 긴 빗자루로 마당만 쓸고 있을 뿐 소피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소피는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치다 꿈에서 깬다. 전 세계 사람 모두가 특정 인물, 폴이 나오는 꿈을 꾸는 상황을 그린 영화 ‘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2024∙사진)’는 이렇게 시작한다.
“난 왜 아무것도 안 했데? 왜 맨날 그냥 서 있지?(Why didn’t I do anything? Why am I always just standing there?)” 폴(니컬러스 케이지 분)은 소피 얘기에 기가 찬다. 소피도 그저 꿈이니 영문을 알 수 없다. 소피는 이 이상한 꿈을 벌써 세 번째 꾼다. 더 황당한 일은 폴이 출강하며 벌어진다. 대학교수인 폴은 평소와 다름없이 강의실에 들어갔지만 여느 때보다 학생이 훨씬 많다. 이유인즉슨 모두가 간밤에 폴이 나오는 꿈을 꾸고 호기심에 강의에 들어온 것이다. 학생 한 명이 유명인이 된 기분을 묻자 폴이 답한다. “난 사실 익명으로 남는 게 훨씬 좋아요(I actually enjoy my anonymity, if you can believe that).” 하지만 폴은 말과 달리 관심 대상이 된 걸 즐긴다.
폴은 한껏 기분이 좋아진 웃음을 뒤로하고 동물의 적응 전략과 관련된 강의를 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얼룩말의 무늬는 생존에 불리하고 비효율적이지만 무리 안에 들어가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포식자는 사냥감을 식별해야 하는데 무리를 통째로 공격할 수 없으니까. 이후 이어진 폴의 말은 어딘가 불길한 복선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혼자 튀면 타깃이 된다는 거예요(So, if you stick your head out you make yourself a ta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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