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만 떠들썩”…사회적 약자 보호법안 뒷전으로
[앵커]
21대 국회가 오늘로 막을 내립니다.
지난 4년 동안 역대 최다인 2만5천여 건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가운데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만6천여 건에 달합니다.
법안 3분의 2가 그대로 폐기되는 겁니다.
친부모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 '모성보호 3법' 같은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은 물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 등 주요 민생, 경제 법안들이 여야 대치 국면에 떠밀려 줄줄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21대 국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제때 만들지 못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 남자친구 폭행으로 숨진 19살 이효정 씨, 가해자가 뒤늦게 구속되면서 45일 만에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 이효정 씨 삼촌/음성변조 : "효정아,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편안하고 더 행복하기를 기원하마."]
'교제 폭력'으로 숨진 여성은 지난 해 알려진 것만 138명, 그때마다 국회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광온/전 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5월 : "책임을 통감합니다. 반드시 대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지난 2021년 :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장관님은 물론 여기 계시는 동료 위원분들께서도 적극 나서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교제 폭력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담은 법안들은 상임위에만 멈춰있고 더 이상 노력은 없었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법률로 완성이 됐더라면 올해 많이 발생한 교제폭력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대단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10살 때부터 돌봐온 홍민기 씨, 취업 준비가 한창이지만 잠깐의 외출도 쉽지 않습니다.
[홍민기/가족돌봄 청년 : "스터디카페나 이런 데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버지가) 뭐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게 하려고 계속 집에 붙어 있는 거죠."]
가족 돌봄을 떠안은 아동, 청년 10만 명을 보호하자는 법안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법 제정을 위한 절차들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담당 보좌관/음성변조 : "합의하기 어려운 쟁점 법안들이 너무 과도하게 다뤄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고 정쟁 때문에 국민 삶에 필요한 법안들이 소홀히 다뤄지는 거죠."]
고령자와 장애인 등의 디지털 정보 접근을 돕는 법안,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 보호 법안들까지, 21대 국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마저 외면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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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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