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잡는 ASF 울타리…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조휴연 2024. 5.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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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를 막겠다며 설치한 이른바 'ASF울타리'를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작 질병은 예방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경관만 해치고, 애꿎은 야생동물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겁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철제 울타리 앞에 야생동물이 죽어 있습니다.

뿔을 보니, 천연기념물 '산양'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곳에서 울타리와 마주친 산양.

사람 키만한 철책에 막혀 어쩔 줄 몰라합니다.

최근 6개월 동안 ASF울타리 안쪽에서 발견된 산양 폐사체만 750구에 이릅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산양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고립시키고 탈진과 아사가 되게 하는."]

울타리가 설치된 건 2019년부터 21년 사이.

멧돼지의 이동을 막아 ASF의 남하를 막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한반도 중부를 가로질렀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설치 이후에도 ASF가 부산까지 내려간 겁니다.

예방 효과는 없이 산양 같은 야생동물만 해친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오연수/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울타리가 이제 더는 물리적으로 막아내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으니, 이제는 효용을 다했으니 철거를 하자는 입장이고."]

한발 물러선 환경부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일부를 개방해 생태계 영향평가를 벌이고 있습니다.

[송동복/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 사무관 :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ASF 비상 대응은 심각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울타리 철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개방구간은 전체 천 8백 킬로미터 가운데 고작 백 미터 남짓해, 개방에 따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화면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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