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세사기특별법 국회에 재의요구…국토부 "신속한 구제 안 돼"
국토교통부가 예고한대로 29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7번째, 법안 수로는 14건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이유로 “특별법 개정안으로는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라는 목표를 도저히 실현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임시 국무회의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개정 법률안의 집행이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당장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얼마에 매입할지 평가하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므로 법안이 공포되더라도 실제 작동이 어렵다고 난색을 보여왔다. 채권 평가를 위한 절차 규정이 미비해 서로 경합하는 채권자가 몇 명 있는지, 이들이 가진 권리 내용은 무엇인지, 등기부등본에 표시되지 않은 권리사항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당 역시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처럼 다수 채권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경·공매라는 절차를 거쳐 그 가치가 확정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법률 시스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기본 시스템을 무시하는 초법적 내용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키게 된다”고 개정안을 비판했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통과 하루 전날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대안을 내놓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감정가보다 싸게 경매로 매입한 뒤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익) 만큼 피해자에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6개월간 전국 연립·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 평균이 67.8%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돌려받을 보증금은 30%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정부 대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만들 때 소급적용 조항을 둬 개정 전에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경매차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일각에서는 정부가 마치 구제에 반대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정부의 지원 의지는 확고하다”며 “정부안이 신속히 제도화될 수 있도록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함께 보완하고 발전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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