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도 항공 부품 수입 방법 수백만 가지”

정병선 기자 2024. 5. 2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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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서방 제재 불구 항공기 운항 문제 없어
이번엔 아프리카 가봉이 최대 공급국

아프리카 가봉이 서방의 제재에도 지난해 약 15억 달러(2조497억원) 상당의 항공기 부품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 러시아의 항공 부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문 중 하나였지만 가봉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아예로플로트

모스코우타임스는 28일 러시아 세관 자료를 인용, “지난해 러시아가 수입한 약 20억 달러 상당의 항공기 부품 중 가봉에 등록된 회사 테르 아쌀라 파츠로부터 14억8000만 달러의 상당을 수입했으며, 가봉이 항공기 부품 최대 공급국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가봉 연간 예산의 절반을 초과하는 규모다. 가봉 다음으로 태국(2억 달러), UAE(아랍에미리트·1억6000만 달러) 순이다.

하지만 모스코우타임스는 러시아 세관 신고서에 등록된 가봉의 테르 아쌀라 파츠는 대표자가 익명의 키르기스스탄 시민으로 돼 있는 등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위장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가봉 무역 등록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데다 회사 등록지가 가봉 수도 리브르빌의 주거용 건물에 있다는 것이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테르 아쌀라 파츠가 공식적인 회사라면 일련의 문서를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투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가봉이 무역 등록부(러시아 통합 법인 등록부와 유사)의 공식 문서를 공개하는 것인데 이는 더욱 쉽지 않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테르 아쌀라 파츠를 통해 산소마스크, 와셔, 파이프, 볼트, 너트, 브래킷, 연료 조절기, 중고 컴퓨터, 지상 충돌 경고 및 연료 수준 측정 시스템 등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용 예비 부품을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잉737과 에어버스 A320·A321용 중고 엔진 15대(5800만 달러 상당)가 포함됐다. 엔진은 미국 회사인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이 제조한 것이다.

2021년 6월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보잉-747기 에어포스원(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류신 Il-96 대통령 전용기가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그런데 항공 부품을 수입한 러시아 회사도 석연치않다는 것이다. 러시아 수입업체 중 프로텍터사 대표는 전혀 항공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부품 공급업체인 에프테크항공사 전 대표이자 미국 제재 통관 사업인 패스테어의 전 공동 소유주 파벨 프로보토로프의 아내로 추정된다고 했다.

미국은 앞서 2023년 5월, 항공 부품 금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우회 러시아에 수입 예비 부품을 공급하려 한 러시아 사업가 올렉 파타출라와 바실리 베세딘을 체포했다. 뉴욕타임스는 플로리다에 등록된 회사 MIC P&I와 제3국의 중개 회사 및 외국 은행 계좌를 이용해 고객의 실제 신원과 지불 출처를 숨긴 채 부품을 도입하려 한 혐의로 이들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급업체 장부에는 고객과 상품의 최종 목적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기재됐는데 실제로 최종 수입처는 러시아 최대 항공사인 아예로플로트, S7, 포베다, 우랄항공, 로시야 등 항공사로 밝혀졌다고 했다.

러시아가 가봉에서 항공기 부품 수입 시점은 가봉군 장교들이 알리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을 축출한 쿠데타 이후 서방의 관심이 고조되던 2023년 8월부터다.

러시아의 항공 부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문 중 하나였다. 이를 가봉이 해결한 셈이다.

러시아와 가봉은 지난해 가봉의 군사쿠데타 이후 관계가 급진전했다. 미국이 쿠데타를 이유로 석유, 농산물, 목재 수출에 대한 금수 조처를 내리자 러시아가 가봉에 우호적으로 접근했다.

중앙아시아 경제학자 이고리 립시츠는 “이번 항공기 부품 거래는 러시아와 가봉의 고위 관료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복잡한 범죄’”라며 “가봉 정부의 누군가가 이를 은폐하고 있고 (러시아) 정부가 백지 위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항공 전문가 일랴 샤틸린은 “일련의 항공 부품 흐름은 러시아가 보유한 항공기 부품이 사실상 부족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예비 부품을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은 수백만 가지가 있으며, 서방의 제재는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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