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가에 퇴사까지’…남은 사람들이 짊어진 의료 공백 부담
[앵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낸 지 100일이 됐습니다.
전공의가 떠난 이른바 '빅5' 병원만 보면 수술은 절반으로, 외래 진료는 20%가량 줄었습니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는데 전공의들의 복귀 조짐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석 달 넘게 이어진 의료공백 속에서 병원을 지킨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 자신들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합니다.
주현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의료 공백의 부담은 간호사에게 넘겨졌습니다.
처음에는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투입됐다가, 병원 경영이 악화 되자 무급휴가 대상이 됐습니다.
공공병원 5년 차 간호사인 A 씨는 갑자기 연차 쓰라는 요구를 받기 일쑤입니다.
[공공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당장 환자는 이만큼밖에 없는데 (간호사가) 이렇게 많이 출근할 필요가 없다 하면서 원래 짜여진 스케줄 이외에 '오늘 환자가 별로 없으니까 너 쉴래?', '너 연차 사용할래?'"]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형병원들이 수술과 입원을 모두 줄이면서, 간병 일자리는 반 토막 수준.
이 병원 간병인 수는 150명에서 이제 50명으로 줄었습니다.
[문명순/서울대병원 희망간병분회장 : "(일당이) 하루에 13만 원, 2~3일 하면 얼마예요? 그렇게 해서 3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임금으로 한 달을 버티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누구보다 지난 100일을 고통스럽게 버텨온 건 환자들입니다.
희귀암 환자들이 모인 SNS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습니다.
[진미향/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대표 : "환자를 그냥 환자로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런 수단이나 이런 게 아니라..."]
환자와 남은 의료진 등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가운데,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화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주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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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지 기자 (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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